세상만사(621)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지난 호에서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과 의사가 되는 과정 의료수가 등등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에는 의사들이 겪는 사례에 대해 몇 가지 써보고자 한다. 먼저 의사들은 수입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생활에서는 편하지가 않다. 늘 긴장감과 죄책감(응급실 및 중환자실의 중증 전담 의사)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생명에는 직접적인 면이 적은 성형외과나 안과 정신과 등은 덜하지만 의사의 의술에 따라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데서 근무하는 의사는 언제나 압박감을 받고 있다.

또 사람마다 체질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배우고 익힌 의술이 적용되지 못할 때 힘들다고 한다. 필자의 지인 의사 사례를 보면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의대인 서울의대 흉부외과를 졸업하고 국내의 여러 병원에 근무하다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가 역시 미국 의사자격증을 획득하고 10여 년간 의사로 근무하다가 영구귀국 후 홍천에서 개원을 했다.

좋은 의술로 환자를 봤는데 한번은 산모의 출산을 돕다가 산모한테서 출혈이 많아 끝내 산모가 생명을 잃은 적이 있다. 환자의 특이체질로 인한 과다출혈로 확인되고 의사는 많은 곤욕을 치른 후 결국은 홍천을 뜬 적이 있다. 의사도 고칠 수 없는 괴이한 환자의 병까지도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 많은 고뇌를 했다고 한다. 의사의 겉면은 화려하지만 내면을 보면 여간 힘든 게 아닌 직업이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의사(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결근 등으로 특히 수도권의 대학병원과 지방의 대학병원은 의사가 없어 업무가 마비상태라고 한다. 전공의들은 의사수련기관인 대학병원에만 있고 일부 대형병원에 약간 있지만 많지 않다. 전공의들은 대학병원의 온갖 치료를 거의 다 도맡는다. 수술의 경우 전문의(과장급)는 집도만 하지 실제 수술은 전공의 3~4년차들이 대부분 한다. 이들이 없으면 대학병원은 돌아갈 수가 없다.

하긴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굳이 대학병원에 안 가도 되는 경증 환자나 이미 여타 의료법인이나 개인 대형병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술도 꼭 대학병원만 찾는 환자들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학병원 못지않은 최신 시설을 갖춘 대형병원도 많다. 며칠 전 TV 뉴스에서 머리에 상처가 나 대학병원에 갔는데 5시간을 기다렸다고 불평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장면을 봤다. 머리에 난 가벼운 상처쯤은 동네 병원에서도 얼마든지 치료받을 수 있다. 경증 환자들은 스스로 판단하여 병원 선택을 한다면 좀 더 편하고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응급실 이용도 그렇다. 급하지 않고 경증은 일반병원(특히 가정의학과)을 찾으면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동네 의사가 대학병원이나 대학병원의 전문의보다 더 잘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동네 의원이나 소규모 병원 의사들은 대부분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 이미 오랫동안 경험 등을 쌓은 우수한 의사들이 개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자의 소식에 의하면 서울대학병원에서 우리나라 유방암 수술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명의 한 분이 대학병원을 정년퇴임하고 강원도 속초의 공공의료기관에 재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뿐이 아니다.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던 명의들이 퇴직 후 봉사 차원에서 시골병원 또는 공공의 보건소장 등으로 온다고 한다.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생 익힌 의술에 인술을 덧붙여 봉사한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사람의 생명은 지천명이라고 했다. 인생은 이 세상에서 생노병사로 한 일생을 마친다. 누구나 다 똑같이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의사가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덜 아프게 하고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가 의사인지라 우리는 정책과 의료인의 원만한 타협으로 애꿎은 국민의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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