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시위 ‘은행에서 신협으로 계좌전환’ 왜 벌어졌나?

신용협동조합이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캠페인 때문이다. 금융자본의 횡포와 양극화 확대에 항의하며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가 11월 5일을 ‘은행 계좌 전환의 날(Bank Transfer Day)’로 선언하고 본격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형 은행 계좌를 폐쇄하고 ‘크레디트 유니언(CREDIT UNION)’으로 불리는 신용협동조합으로 잔고를 옮기자는 것이다. 이미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돼 참가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2만명을 넘어섰으며 이번 시위는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 시위는 대형 은행들이 얻은 막대한 이익이 고객이 아닌 임직원의 성과급, 투기자본을 비롯한 주주들의 배당으로 과도하게 귀속되는 현실에서 촉발됐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번져나가 10월 15일에는 80개국, 900개 도시 이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금융시위가 일어났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 캠페인을 제안한 크리스텐 크리스천(27)이라는 여성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캠페인은 “비윤리적 관행으로 운영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보이콧)이며,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존경할만한 회사(신협처럼)로 돈을 옮기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고어 전 부통령 같은 정치인들과 마이클 샌델, 노암 촘스키 등 세계적 석학들도 이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협의 존재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거대금융자본에 대항한 서민금융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 전세계 금융의 중심 뉴욕과 유럽에서 오히려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신협과 같은 경제적 약자들도 배려받는 서비스와 협동의 가치로 지속가능한 금융공동체 운동이 주목을 받게 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면 무엇이 신협과 은행의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첫째, 신협의 조합원은 은행의 고객 혹은 주주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은행의 고객은 단순히 은행을 이용하는 객체일 뿐 경영에 참여하거나 금융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신협의 경우 조합원들이 대표자를 선출하거나 조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를 통해 금융 서비스 등에 대한 직접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둘째, 은행의 주주는 소유지분에 비례해 투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대주주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우리나라 대다수 은행은 주식의 50%이상을 외국계 자본이 소유하고 있어 그들의 과도한 배당 요구가 탐욕적 행태로 나타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신협의 조합원은 은행의 주식과 달리 출자금액에 관계없이 1인 1표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한 배당 요구 등 대주주의 전횡이 있을 수 없다. 또한 1인의 출자한도도 제한되기 때문에 은행의 대주주와 같은 독점적 지배구조가 형성될 수가 없다. 이러한 민주적인 조직구조와 함께 자체 감사, 이사회, 총회 등을 구성해 견제와 균형, 상호감시기능을 통해 조합원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협의 출자 배당금은 전액 조합원에게 환원되기 때문에 은행의 소수 외국인 대주주 배당과는 달리 지역내 자본으로 선순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순기능을 한다는 것도 큰 차이다.
실제 신협은 작년 결산 결과 1,333억 원의 경영이익을 조합원에게 환원했다. 이는 2011년 말 전국 신협의 당기순이익 2,920억 원의 45.6%에 해당하는 수치로 외국인 대주주에게 집중되는 은행의 고배당 논란과는 달리 ‘착한 배당’으로 주목받았다. 바로 조합원들이 신협의 금융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더 많은 혜택이 조합원에게 주어지고, 이를 통한 경영 이익은 다시 조합원에게 되돌아가는 선순환 시스템 덕분이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와 '월가 점령시위' 등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신협이 건전한 금융기관의 모델로 주목받게 된 배경에 대해 “신협이 상부상조와 협동, 지역사회 연대에 기초해 신협 본연의 목적인 “영리도, 자선도 아닌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Not for Profit, Not for Charity, But for Service)”에 가장 부합하게 운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평가다.

신협은 세계적인 서민금융협동조합

신협의 국제적 공식명칭은 credit union이다. 신협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금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조직한 금융협동조합이다. 1849년 독일에서 시작되어 1866년 이탈리아, 1900년 캐나다, 1909년 미국 등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신협운동의 확산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국제기구를 통해 연대하고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현재 세계신협협의회(WOCCU)에는 100개국에 52,945개의 신협이 가입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1억 9천만명의 조합원이 1조 4,605억 달러, 약 1500조 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민간 협동조합이다.(2010년 12월 기준)
세계에서 신협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국으로 백악관, 나사(NASA), 유엔(UN)에도 신협이 있으며 국민의 40%가 조합원일 정도로 활성화 되어 있다.

한국신협은 자산 52조 원, 조합원수 595만명, 점포수 1,700개로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국가의 크기와 인구에 비례해 보았을 때 한국이 4위에 오른 점은 매우 놀라운 점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신협이 세계적인 신협 강국에 오른 것은 신협에 대한 조합원들의 높은 신뢰와 조합원들과 함께 한다는 신협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한국신협은 세계 신협사에도 매우 이례적인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50년전 대부분의 저개발국가가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데 비해 한국신협은 신협법 제정과 조합원교육을 위한 연수원 건립 등 신협의 교육 인프라를 만드는데 주안점을 뒀다. 조합원교육 우선의 초창기 신협 모토가 그 성공비결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신협은 1960년 미국 출생의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부산에서 성가신협을 창립하면서 시작됐다. 피난민촌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가브리엘라 수녀는 '자조'를 통해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다가 신협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정신은 지금도 이어져 한국신협은 금융 사업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사업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위스콘신 州에 위치한 세계신협협의회(WOCCU)는 지역사회 발전과 인간 중심의 협동조합 철학을 유지 발전시키고 전세계 신협의 상호 협력을 목표로 하는 범세계적인 국제신협 기구이며, 아시아지역에는 지난 1971년 4월 한국 주도로 창립된 아시아신협연합회(ACCU)가 있다. 아시아에서 신협은 12개국에서 운영되며 조합 수는 19,586개, 조합원 수는 3,621만명에 달하며 자산규모는 839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은 아시아 1위의 신협국답게 아시아지역의 신협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며, 한국의 선진금융기법을 보급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알고 보면 신협은 이렇듯 세계적 금융기관이면서 전통적인 서민금융협동조합으로 전세계 서민의 금융동반자로서 역할을 해왔으며,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그 가치와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는 것이 결코 새삼스런 일이 아닌 것이다.
홍천신협 434-7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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