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620)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의료대란이고들 한다. 서울의 대형병원(주로 대학병원)과 지방 의대생 일부와 전공의들이 지난주부터 집단으로 자퇴 내지 휴직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반대 이유는 2025년부터 의대생 신규 모집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엔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가 부족해 증원한다는 것인데 왜 전공의들이 반대하는가 하는 거다.

표면적으로는 아주 간단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이유들이 내포돼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의사는 대략 12~13만여 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매년 신규 학생 모집인원이 18년째 3058명이다. 여기에 2천 명을 더하면 내년부터는 신입 의대생이 5058명이 된다. 하지만 증원된 의사들이 수련을 다 겪고 나오려면 앞으로 14~15년 내외가 된다.

의대는 일반대학과 달리 6년을 마쳐야 의사자격증을 준다. 4년은 예과이고 2년은 본과다. 국가시험에 합격하고 1~2년 인턴 생활을 해야 한다. 인턴은 수련의 한 과정으로서 자기에게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골고루 실습하는 과정이다. 인턴을 수련한 후에 레지던트(전문의) 과정으로 가서 전문 의술을 터득한다. 예를 들면 내과 외과 안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등 약 40여개 과에서 4년간 전문 의술을 익힌다.

의사자격증을 따고 바로 군의관으로 가면 중위 계급으로 3년간 근무한다. 군 의무관 때 인턴 과정을 인정받고 계속 군 병원에 남으면 대위 계급을 달고 역시 전문의 과정을 밟는다. 만약 군의관 과정을 안 하는 쪽은 병역면제자나 여자이거나 또는 일반병 입대(18개월)를 하고 다시 인턴이나 레지던트 전문의 과정을 밟아야만 온전한 의사가 배출된다. 결국 병역면제자나 여자의 경우는 12년 만에 의사(전문의)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15년간 배워야 의료인 한 명이 나온다.

이렇게 한 명의 의사를 키워내는 데는 많은 시간과 본인의 노력과 주변의 희생이 따라야 하는 긴 여정이 필요하다. 물론 졸업만 하면 안정된 수입에 평생직장이 보장된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보수(월급의사) 면에서 볼 때 15년을 배우고 나서 병원에 취업하면 연봉이 약 1억~2억 선이다(물론 특수분야의 고참인 10년차 이상은 더 많이 받는 곳도 있음).

그런데 사회적으로 대기업이나 금융업 등등의 연봉을 살펴보면 4년제 대학을 나온 후 몇 년간 근무하면 연봉이 대략 7~8천만 원 내외가 된다. 공무원이나 공기업도 10년 정도 근무하면 5~6천만 원 되고 20년 이상 책임자급이면 1억에 가깝다. 의사들이 오랜 기간 배워야 하는 것에 비하면 결코 적은 게 아니다. 또한 의사들은 매일 긴장감 속에서 살고 위험부담을 안고 산다. 한국의 의술은 세계적이지만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의학에서 100% 완치는 없기 때문이다.

의료수가도 문제가 있다.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된 후 편차가 매우 심하다. 산부인과에서 아기 한 명을 받는 수가가 애완견의 강아지 값에도 훨씬 못 미친다고 한다. 해서 산부인과 전문의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아이들이 급격하게 줄어드니 소아과도 안 되고 전문의 지원자도 없다. 또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의학과나 신경외과 흉부외과 쪽도 마찬가지다. 위험부담은 높고 수가는 낮으니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가 되고 있다.

물론 방법은 있다. 금융(은행)에서 쓰는 이자적용법을 쓰면 된다. 즉 기본수가(의료보험 적용가)에 가산 수가를 적용해 적당한 수가를 받도록 하는 거다. 또한 의료사고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법적대응에서 자유롭게 제도 개선을 과감히 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쟁은 조기 협상해 정부당국과 의사(전공의) 간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서 국민과 의사들이 다 함께 의료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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