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619)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이런 말이 있다. 인생은 유한하고 예술은 무한하다. 이 말은 인간은 한세상 살다가 죽으면 끝나지만 예술은 끝이 없어 오래간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품 모나리자는 지금도 유명하지만 정작 그 그림을 그린 작가는 수백 년 전에 살던 자가 아닌가. 우리나라에도 추사 김정희의 글씨나 김홍도의 미술 걸작들이 그 작품은 남아있으나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 주인공들은 모두 죽은 지 몇백 년이나 됐다.

지금은 살아있는 사람 즉 예술가를 대우해야 할 때이나 지역에서는 관심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이웃 군인 양구는 현재 생존하는 철학자 중 최고령인 김형석 씨의 철학관을 지어주고 한 달에 몇 번씩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지금 103세인 김 교수가 초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몇 번씩 양구에 와서 군민을 위한 강의를 하는 것은 양구군의 문화의식이 높아서라 하겠다.

홍천읍 연봉리 무궁화공원에는 아동문학가 민현숙(작고) 작가의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10여 년 전 홍천문인협회 회원들이 성금을 각출하고 강원도 내 문인들 역시 성금 모금에 동참해 자연석에 민 작가의 작품을 새기고 후면에는 비를 세우는 데 공헌한 회원들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영귀미면 성수리 성수천 하천부지에는 역시 홍천문인협회 회원이었던 이종호(작고)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이 시인의 비석은 당초 세울 곳이 마땅히 없어 임시로 세워져 언젠가는 옮겨야 할 시비다.

문학비나 예술공덕비는 옛날 같으면 작고한 문인들만 세웠으나 요즘은 생존 작가들의 문학비를 세우는 게 추세다. 왜냐하면 본인이 죽었는데 시비만 세우면 당사자는 모르고 그 가족이나 문우 등만 알게 되니 기왕이면 살아있을 때 문학비를 세우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홍천에도 최근 문학비를 세우겠다고 자청한 시인 겸 아동문학가가 있어 그 장소를 물색하고 관계 당국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태다. 원래 시비는 공원에 세우는 것이 맞다고 해서 그 장소를 정하고 관리기관에 장소를 요청했으나 명확한 답변이 없는 상태다.

시비 요청 당사자인 심우천 시인은 화촌면 구성포리 출신으로 강원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10여 년간 전담했고 고령에 건강도 매우 안 좋은 상태다. 시비는 자비와 홍천문인협회 회원들의 성금 등으로 제작비용을 충당할 예정이다. 하지만 건립 장소가 군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조속히 확정되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연봉 무궁화공원에는 그의 문학제자인 민현숙 작가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심 시인도 제자의 시비 인근에 장소만 제공해 준다면 홍천문인협회에서 주관해 세울 예정인데 장소 허가에 주춤하고 있는 실정으로 바라건대 이런 문학적 시비는 많이 세워질수록 좋은데 그것이 그렇게 어려우니 답답할 뿐이다.

사실은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문학관이고 이보다 또 더 시급한 것은 문학동산이다. 홍천읍을 중심으로 10여 분 내 거리에 일반 공원이 네 개가 있다. 홍천읍 연봉리에 무궁화공원이 있고 북방면 하화계리 무궁화테마공원과 역시 북방면 능평리 돌산에 무궁화수목원이 있다. 이 모두 숲길공원이다. 이 중 어느 한 곳을 문화공원으로 지정한다면 그곳에 문화예술인들의 시비 등 기념비를 자비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예술을 빛낸 가수들도 노래비를 세울 수 있다. 전 호에서 언급한 요즘 전통가요 가수로 금잔디와 이상번 이애란 등 이 세 가수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해 그들의 히트곡 노래비를 세운다면 홍천의 관광 홍보가 많이 될 것이다.

관광의 한 방법으로 인적자원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전상국 작가와 전광영 미술가의 공간 즉 문학가와 미술가의 만남을 홍천에 직접 건립한다면 그 시너지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 작가는 국내에 유명한 소설가이고 전광영 미술가는 세계적인 공예미술가이기 때문이다. 군 차원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추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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