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70】

원산에 명사십리는 바닷가 8킬로미터로 펼쳐진 흰 모래밭 해수욕장이 있다. 여기에는 해당화가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붉게 핀다. 이 해당화는 고전소설 《장끼전》에도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한탄 마라. 너야 내년 봄이면 다시 피려니와 우리 님 이번 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는 내용이 있다. 몽금포 타령에도 해당화가 나온다. 늦봄이 되어 온갖 꽃이 다 지고 없는데, 안타깝게 해당화만 홀로 남아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海棠花(해당화) / 금원 
늦봄에 꽃 지고 해당화 남았는데
이제 해당화마저 다 지고 만다면
봄날의 일이 헛되고 또 헛되고 말겠지.
白花春已晩    只有海棠花
백화춘이만    지유해당화
海棠花又盡    春事空復空
해당화우진    춘사공부공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해당화마저 다 진다면(海棠花)으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금원(錦園:1817∼?)으로 조선 헌종 때의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늦봄이 되어 온갖 꽃이 다 지고 없는데 / 안타깝게 해당화만 홀로 남아있는구려 // 이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해당화마저 다 진다면 / 봄날의 일이 헛되고 또 헛되는 일이 되고 말겠지]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해당화까지 진다면]으로 번역된다. 해당화는 멀리 고려시대 이전부터 아름다운 자태를 노래하던 꽃이다. [고려사]에 실린 [당악(唐樂)]에 보면 “봄을 찾아 동산에 가니··· 해당화 가지에 꾀꼴새 노래하고···”라고 하였고, [동국이상국집]의 ‘해당화’에는 “하도 곤해선가 머리 숙인 해당화 / 양귀비가 술에 취해 몸 가누지 못하는 듯···”이라고 읊조렸다.

시인의 시상에서도 꽃을 사랑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지만, 초봄의 매화에서부터 늦가을 가을국화까지 사랑하는 모습을 본다. 늦봄이 되어 온갖 꽃이 다 지고 없는데, 오직 안타깝게 해당화 한 그루만 홀로 남아있다고 했다. 해당화를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화자는 많은 시심의 그림자가 웅성거리는 모습이 시적인 감상에 [입선入選]이란 큰 딱지를 붙여 주고 싶을 정도다. 이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해당화마저 다 진다면 / 봄날의 일이 헛되고 또 헛되는 일이 되고 말겠다고 했다. [몽금포타령]에 나오는 황해도 용연의 몽금포나 권력자의 별장지로 알려진 화진포 등이 모두 해당화로 유명한 곳임을 생각할 때 시적 대상이 된 해당화에 대한 사랑은 더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늦봄 되어 꽃 다 지고 해당화만 홀로 남아, 이거마저 다 진다면 봄날 일이 헛되겠지’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금원(錦園:1817 ∼ ?)으로 조선 헌종 때의 여류시인이다. 혹은 금원김씨錦園金氏로 삼호정시단三湖亭詩壇의 동인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김운초(金雲楚), 경산(瓊山), 박죽서(朴竹西), 경춘(瓊春) 등과 활동했으며, 詩集 [호동서락기]를 남겼던 것으로도 알려진다.

【한자와 어구】
白花: 흰 꽃. 여기서 [白]은 흰색이라기보다는 [百]의 의미로 보아 온갖 꽃으로 봄. 春已晩: 봄은 이미 늦다. 곧 늦은 봄이다. 只: 다만. 有海棠花: 해당화만 남아있다. // 海棠花: 해당화. 又盡: (해당화가) 다 지다. 곧 해당화까지 다 진다면. 春事: 봄날의 일. 空復空: 반복하여 헛되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