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야기 삶이야기[72]

 ▲선아름 변호사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선아름 변호사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법이야기 삶이야기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마지막 기고문을 마주하며 그간 잘 다루지 못했던 ‘삶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3년 전 봄 나고 자랐던 서울을 떠나 이곳 홍천에 자리 잡고 면에 법률사무소 해원을 개업하였다. 개업 초기에 수행 중이던 사건의 상대방이 도움을 받고자 한 어르신을 모시고 사무실에 왔는데 그 어르신께서 홍천 지역에 변호사사무실을 개업한 것을 아시고는 무척 반가워하시면서 이곳 홍천신문에 법률 칼럼을 기고해보라고 제안하셨다. 

그 만남을 계기로 격주로 ‘법이야기 삶이야기’를 통해 법률상식, 수행한 사건들 이야기, 일상에서 드는 법 관련 생각들을 나누었다. 당초 ‘삶이야기’를 덧붙인 까닭이 딱딱한 법률 칼럼만 쓰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도 이따금 연재하려고 했었는데 일상의 바쁨과 필자의 실력 부족으로 법률 칼럼을 주로 다루게 된 게 돌아보니 아쉽다.   

서울에서는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을 이곳에 와서 겪은 게 있는데 바로 114를 통해 상담 전화가 걸려 오는 거다. 이곳으로 막 이사를 와 서울에서 수행하던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간판도 걸지 않고 작은 사무실을 얻어 전화번호만 부여받고 업무를 하던 때에 갑자기 사무실 전화기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에게도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저게 왜 울리지?’ 이상하게 여기면서 전화를 받았는데 한 어르신의 상담 문의였다. 어떻게 이 번호를 알고 전화를 했는지 물으니 어르신께서는 114에서 연결해주셨다고 하셨다. 그 뒤로도 주로 어르신들은 114를 통해 사무실에 전화를 주셨다. 서울에는 영업만 하는 직원이 있는 로펌도 있고 변호사들도 인맥 관리, 동창 관리, 친척 관리 등 영업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는데 이곳 홍천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114가 의뢰인을 소개해주니 참 재미있고 신기했다. 

게다가 홍천에는 변호사가 나밖에 없다 보니 연결 확률이 100%이다! 도시 지역은 수년 전부터 변호사가 포화 상태라 변호사들이 많은 광고비를 들인다. 재밌는 건 한 포털 사이트에 ‘홍천변호사’라고 검색하면 서초동에 있는 대형 로펌들이 많은 광고비를 들여 상단에 노출이 되어 정작 진짜 홍천에 있는 변호사는 끄트머리에나 나온다는 거다. 그래도 괜찮다. 괜한 광고비를 들이지 않아도 현명한 어르신들께서는 114를 통해 이곳에 잘 찾아오시니 말이다. 무변촌 외딴 곳인 이곳 홍천에서 개업했다고 하면 동료 변호사들로부터 걱정 어린 말을 듣는다. 그럴 때마다 “여기 블루오션이야!”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이 있다면 서울에서는 주로 인맥을 통해 의뢰인들이 변호사를 찾아오거나 그렇지 않은 분들은 상담하고 나서도 다른 변호사사무실 몇 곳을 더 방문해 보시기 때문에 상담을 해드려도 사건 수임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일단 만나서 상담을 정성껏 해드리면 더 재지 않고 사건을 맡겨주신다는 거다. 

그럴 때면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든다. 소개나 인맥을 통해 나에게 온 게 아닌데도 홍천에 있다는 이유로 날 믿어주시고 선뜻 어려운 일을 맡겨주시는 분들에게서 농촌 지역 특유의 정이 느껴진다. 필자는 홍천에 하나뿐인 변호사이기도 하고 작은 면 단위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기에 서울에서 일했을 때보다 사건 하나하나에 더 애정을 갖고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일한다. 작은 지역 사회에서 변호사 일을 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지만 그만큼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느끼는 부담감도 크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이기려고 기를 쓰게 되는 부분이 있다. 

이곳에서 주로 홍천 지역에서 살고 계신 분들을 상담하면서 서울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농촌 지역 특유의 법률분쟁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 분쟁들 위주로 그간의 칼럼을 썼고 미리 알았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법률상식에 대해서도 소개한 지면이 많다. 부족한 실력으로 격주로 글을 써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글이 쌓이니 그 누구보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보물이 되었다. 아직 법이야기 삶이야기를 읽어보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시간이 날 때 천천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재미도 있고 어렵지 않고 일상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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