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611]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베트남은 동양권이다. 한국에서 서쪽으로 비행시간 4~5시간 걸리지만 그들의 세시풍습에는 한국과 비슷한 것들이 더러 있다. 또한 베트남은 한자문화권이다. 북쪽으로 중국과 인접해 있어 수천 년 전부터 교역을 한 상태다. 베트남의 옛 사적지에는 비석이 있는데 모두 한자로 되어 있다. 베트남의 글자는 알파벳을 응용한 글자다. 약 백여 년 전 프랑스인이 한자 대신 영어의 기본글자인 알파벳에 점을 찍는 방식으로 고저장단의 5성을 이용해 베트남 말을 표현하고 있다. 완전 소리글자인 셈이다.

베트남은 1960년대 초 우리나라가 파병한 나라로 약 9년 동안 한국군 32만여 명이 오갔고 평균 주둔장병 3만여 명이 있었다. 주월남사령부와 해군기지 등이 있어 월남정부를 도와 싸운 곳이다. 전쟁의 결과를 떠나 한국과는 현재 밀접한 대외정세와 경제적 상호협력 국가다. 전쟁이 있었던 곳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늘 비극적 사건 내지 아픈 상처와 기억들이 남아있다. 

베트남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군이 주둔하면서 10여 년간 한국인의 2세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6.25 전쟁 때 미군이 주둔하면서 그들의 자녀가 탄생했던 거와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혼혈아라고 해도 그들이 원하면 한국인과 똑같이 대했다. 특히 피부색이 다르고 생김새가 달라서 스스로 좌절도 했지만 자기의 노력 여하에 따라 큰 차별 없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해 살고 있거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가 성공한 2세들도 많다. 한국에서 대표적 성공한 연예인으로 여자가수 인순이가 있고 윤수일 박일준의 남자가수들도 있다. 

하지만 베트남의 우리 파병 2세들은 인간 대접을 못 받았다고 한다. 월남이 패망하자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들은 사람으로 취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호적도 없고 의무교육(초등학교)도 못 받고 취직도 전혀 안 됐다고 한다. 그 숫자가 약 2~3만여 명으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나 의무가 주어지지 않으니 사회의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살아야 했다. 그나마 어려서는 어머니의 품에서 자랐지만 아버지가 없는 사생아로서의 그 아픔을 견뎌야 했다. 이들이 하는 일이란 가장 천민으로서 구걸을 하든가 앵벌이를 하든가 아니면 고무나무 농장에서 임금 없는 노동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할 뿐이었다. 

1970~80년대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하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갖게 됐고 특히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이들의 처참한 생활을 보고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사람으로서 살아갈 길을 터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한 사례로 베트남 남부 고무나무 농장에서 고무 진액을 짜는 일은 너무나 힘들고 천한 직업이라 베트남인들이 기피하는 직업이다. 여기에 한국 2~3세들을 투입해 강제노동을 시키자 한국의 뜻 있는 기업 총수와 직원들이 이들을 관리자로부터 몇 명씩 구해내 한국 기업에 취업을 시켰다고 한다.

이들이 혼혈아로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에서 열심히 일을 해 인정을 받고 더러는 개인사업을 창업해 성공하자 동료 혼혈아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여기에는 전 한국의 3대 재벌그룹 총수였던 김우중 회장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김대중 정권 때 그룹이 해체되고 일시에 정부와 관련된 산업자금(은행대출)이 동결되자 그룹 전체가 부도로 파산되고 김우중 회장은 많은 부채로 인한 기업활동이 정지되자 베트남으로 도피했다.

이후 김우중 회장은 베트남 정부의 지원 아래 베트남 경제부흥에 앞장섰고 시장경제의 기초를 다지는데 협력했다. 이로 인해 지위가 안정된 김 회장은 다시 베트남의 교육사업으로 학교를 많이 지어 교육에 힘쓰고 이때 혼혈아를 위한 특수학교도 세우는데 일갈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4회에 거쳐 베트남 여행기를 썼다. 미천한 문장이나마 필자가 직접 보고 듣고 했던 베트남 여행기를 읽어준 홍천신문 독자님들께 감사드리고 이번 5호로서 여행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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