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름 변호사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미성년자를 약취·유인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약취와 유인이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거나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하여 사람을 보호받는 상태 내지 자유로운 생활관계로부터 자기 또는 제3자의 실력적 지배하에 옮기는 것을 말한다. 오늘은 이혼 소송과 관련된 미성년자 약취·유인죄에 대해 알아본다.

만일 이혼 소송 중인 남성이 자신과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자녀들을 억지로 차에 태워 본인의 집으로 데려갔다면 위 죄가 성립할까. 실제로 유사 사례가 있었는데 법원은 위 남성에게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자세한 내막은 다음과 같다. 아내가 남편과 부부싸움을 한 후 자녀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친정으로 갔고 남편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다. 얼마 후 남편은 처가에 방문하였는데 처남이 자녀들과 놀고 있는 모습을 보자 자녀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자녀들을 유인하려고 하였으나 처남이 막아섰고 처남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남편이 처남을 제압한 사이 자녀들의 친할아버지가 손자들을 차에 태우고 갔다. 참다못한 아내가 남편과 시아버지를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로 형사 고소하였고 남편은 결국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

아이들의 친아빠가 아이들을 본인의 집에 데리고 간 게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하는 범죄행위에 해당될까.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사건의 당사자도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아이들의 친아빠인데 아이들을 데려간 게 범죄가 될 줄 몰랐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하였다. 서울서부지법은 미성년 자녀들이 엄마와 잘살고 있었던 생활을 보호하여야 하기에 친아빠라고 하여도 강제로 아이들을 빼앗아 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일 이러한 법리가 없다면 이혼 소송을 앞두거나 소송 진행 중에 자신이 친권 및 양육권자로 지정되기 위하여 자녀들을 빼앗아 오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부모의 이혼을 앞두고 불안정한 정서일 수밖에 없는 자녀들의 복리를 고려한다면 상대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아이들을 빼돌리는 것은 지양돼야 할 게 분명하다.

이혼 소송 제기 전 또는 진행 중에 자녀들이 보고 싶거나 자녀들에 대한 임시양육자로 지정받고 싶다면 사전처분을 신청하여 임시양육자 지정 또는 면접교섭을 신청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보통 면접교섭을 통해 2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주기로 비양육 부모가 자녀들을 만날 수 있다. 면접교섭을 성실히 이행한다면 자녀들이 비양육부모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므로 무리해서 자녀들을 빼돌릴 게 아니라 면접교섭제도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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