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음산 자락에서 본 세상 [9]

  ▲ 김철호         전 홍천읍노인회 사무장
  ▲ 김철호         
  전 홍천읍노인회 사무장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의 저자이며 독일의 대문호이자 철학자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발 앞의 길만 보고 빨리 가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다소 늦더라도 그 가치관의 방향대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다’라며 자신의 삶을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나 역시 그랬다. 여기서 ‘확고한 가치관의 방향’이란 순기능의 방향이어야 하며 국가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실제, 인생 전체를 놓고 어떤 가치관이나 목표를 설정할 기회나 여유가 있었는가? 정확히 말해서 그때그때 닥치는 상황에 따라 선택의 여지 없이 그저 택일(擇一)의 조건 속에서 살아 온 게 맞는 것 같다. 마치 숙련되지 않은 축구 선수가 골대를 향해 슛을 날릴 때 수십 번의 슛을 강하게만 차다가 어쩌다가 한 골 정도 골문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골대를 향한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니라 그냥 세게 차기만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선택이 사회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정치권의 뉴스를 접하다 보니 모 중견 정치인들의 방향성 없는, 공인으로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 될 발언들을 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골문을 향해서 공만 세게 차 버리는 식의 발언이었다. 대학 시절 운동권에 발 들여 놓고 주체사상 이데올로기에 심취되어 있던 그들은 나름대로 유명 정치인에게 발탁되어 생산적인 일 한번 제대로 해보지 않고 그저 꽃길만 걸어온 인생이다. 무슨 제대로 된 인생의 방향이 있었겠는가?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는 정치꾼들이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안위는 그들에게 머나먼 이야기다. 자기에게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면 그저 공격하기 바쁘다. 도덕이고 윤리고 없다.

정치꾼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 정신을 제대로 갖춘 순기능의 방향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는 정치꾼들이다. 그들이 내건 선심성 공약들은 당연히 미래 세대가 책임지게 될 것 아닌가? 국가의 50년, 100년 미래를 내다보는 참된 정치인이 별로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속도와 속력에는 때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가 대체로 범하고 있는 실수는 ‘빠름 때문’이다. 아울러 ‘야심과 욕심’에서 비롯된다. 느리거나 느긋함에는 대체로 실수가 없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특히나 ‘빨리빨리, 대충대충, 설마’ 이 세 가지 병에 걸려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선택의 기로(岐路)에서 그때마다 각자 나름대로의 선택을 하게 된다. 빨리 가고자 한다면 멈추기도 어렵고 방향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속도보다는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 속에 제대로 된 순기능 방향의 선택이 중요하다.

역사 속에서 방향을 잘못 선택한 역기능 지도자들을 많이 본다. 히틀러, 스탈린, 폴 포트, 김일성 등등 세계 근·현대사를 피로 장식한 인물들이 있다. 히틀러는 2차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서 유대인 800만 명을 포함하여 1,100만 명을 학살한 주인공이다. 캄보디아의 독재자이자 학살자인 폴 포트는 불과 3년 6개월의 짧은 기간 중 「킬링필드」라 명명된(영화 제목) 20세기 최악의 학살에서 250만 명의 자국민을 학살했다. 그들이 선택한 인생의 방향은 오로지 권력을 향한 탐욕과 잘못된 이데올로기의 선택, 그 자체에 있다. 국민의 행복과 안위 따위는 그들의 방향에 없다. 그런 야욕과 야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은 속도 또한 지극히 빠르다. 빨리 뭔가 해내야 하고 빨리 상대편을 쓰러트려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극한의 예를 들었다. 가까이서 우리 주변을 보노라면 오직 ‘나’와 ‘내가 속해있는 조직’만을 위하여 역기능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고 가는 지도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디 자기가 속해있는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지향해야 홍천군민과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지,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는 지, 자성(自省)의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모든 생각과 판단의 기준을 ‘나’와 ‘내가 속해있는 조직’이 아니라 홍천군민과 어르신들께로 지향한다면 제대로 된 방향일 것이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