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야기 삶이야기[70]

 ▲선아름 변호사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선아름 변호사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의뢰인의 작은 실수로 인해 패소한 안타까운 사연을 각색하여 소개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이전에 의뢰인이 지인에게 돈을 받은 적이 있었고, 의뢰인은 이 돈을 물품대금으로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이를 갚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채권자도 그 뒤로 의뢰인에게 돈을 갚으라는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돈을 빌린 날로부터 10년이 지나 채권자에게 연락이 와서 돈을 갚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알린다고 하여 의뢰인은 어쩔 수 없이 받았던 돈의 50%를 변제하고 나머지 채무는 면제하는 쪽으로 합의를 하고 돈을 갚았던 것이다.

우리 민법상 민사채권은 소멸시효가 10년, 상사채권은 소멸시효가 5년이다. 위 사례에서 민사채권이든 상사채권이든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의뢰인은 채권자에게 돈을 갚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의뢰인처럼 10년이 지난 후에 일부를 갚은 경우 나머지 돈도 갚아야 할까.

대법원 판례는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채무자가 그 시효의 이익을 스스로 포기하고 금전을 일부 갚은 경우에는 나머지 채권도 갚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의뢰인은 나머지 채권을 상대방에게 갚아야 했고 소송은 질 수밖에 없었다. 만일 의뢰인이 10년이 지나도록 그리고 그 이후에도 돈을 전혀 갚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채권자가 소송을 걸어도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된다.

필자는 본 소송의 결과를 받아들이고는 참 부당하다고 느꼈다. 나 몰라라 채권을 아예 변제하지 않은 채무자는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해 채무를 탕감받지만 조금이라도 갚은 채무자는 오히려 전체 채무를 갚아야 한다니. 위 대법원 판례는 학계에서도 이설이 있을 만큼 필자도 부당하다고 느꼈다. 아무튼 패소 판결을 받아들고는 의뢰인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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