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음산 자락에서 본 세상8]

  ▲ 김철호       전 홍천읍노인회 사무장
  ▲ 김철호       
  전 홍천읍노인회 사무장

2년여 간의 대한노인회 홍천읍분회 사무장직을 마치고 올해 1월 1일부로 「홍천군 노인 일자리 전담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새로운 일터 역시 어르신들을 위한 일을 하는 곳이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홍천읍 경로당 회장님들과 어르신들을 더욱더 잘 보필해 드리지 못함에 송구스럽고 너무도 아쉬운 생각과 함께 어르신 복지를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지난 2년여 간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지나가 책상을 정리하여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두 볼에 눈물이 타고 흘렀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혼란한 시기

봉사료 한 푼도 없는 가운데 혹한의 추위와 무더운 삼복더위를 무릅쓰고 떡과 삼계탕을 경로당 회원들께 일일이 배달해 주시던 회장님과 사무장님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정부 보조금 10원짜리 한 푼도 틀리면 안 되기에 회장님, 사무장님 그것 찾으시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셨다는 말씀도 많이 들었다. 찾다 찾다 안되면 나에게 가져와서는 마냥 미안해하시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모두 과거의 추억으로 돌아갔다.

가까운 지인 중에 늘 밥과 차를 사시는 세 분의 어르신이 계신다.

서로 먼저 밥값을 내시려고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카드부터 맡기신다. 그 어르신들 말씀으로 “70세까지 열심히 벌고 그 이후로는 사회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살겠다”고 하신다. 모처럼 내가 한 번 대접해 드리려 하면 “아니야” 하시면서 완강히 거부하신다. 밥과 차를 사주셔서가 아니다. 참 인생을 우아하고 멋지게 살고 계신다는 생각과 함께 인생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신 것 같아 늘 존경하고 감사하며 배우면서 살고 있다.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 하면 느껴지는 온도가 있다. 따듯함, 너그러움 등일 것이다.

더해서 어르신 하면 상대방과 아래를 향한 관용과 용서, 배려, 모범 등등 우리가 본받아야 할 긍정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손주가 아무리 짓궂게 장난을 쳐도 그저 다칠세라 야단을 치시는 법이 없다. 젊은이가 나라의 미래라면, 어르신은 그 앞을 비춰 주는 등대라고 한다. 그래서 어른들의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는 나라(조직)의 앞날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노인(老人)’이란 생리학적으로 나이가 든 분들로 자기만 알고 자기만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말하며,

‘어르신’이란 상대방을 배려하며 남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른바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을 말한다. 흔히들 이 시대에 노인은 많은데 어르신이 없다는 소리를 한다. 틀린 말 같다. 어르신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조선시대 역기능 군주인 선조는 아랫사람이 잘해서 나라에 이익을 끼치면 자기에게 도전한다 또는 자기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해서 그 싹을 아예 잘라버리는 군주였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 그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아울러 그 옆에는 그런 위인을 참해야 한다고 간언하는 간신배들도 늘 존재했다. 역기능 지도자들이다. 그냥 나이를 먹으면 호칭 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는 그런 ‘노인’들이다.

우리 홍천군 노인 복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어느 조직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진다. 노욕(老慾)에 사로잡혀 어르신들의 복지를 어지럽히는 한 노인의 분별없는 욕심과 이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는 아래 조직원들의 생각 없는 처사가 애처롭게 보인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손가락질하는데 정작 자기들은 모른다. 이런 경우 누구든 나서서 이야기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무너져서 대부분을 잃었을 때 그때야 이야기 해준다. 그러나 그때는 늦다. 지금이다. 부디 자기만의 이익 추구를 위해서 절치부심 노력하는 노욕을 버리고 아래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홍천군 노인 복지의 올바른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조직으로 바로서기 바란다.

다가오는 새해,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고장 홍천에는

아래를 보면서 아래 조직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순기능의 역할과 함께 사회적으로 모범이 되며 보다 밝은 미래의 등대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어르신들의 모습만이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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