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음산 자락에서 본 세상 [7]

  ▲ 김철호       전 홍천읍노인회 사무장
  ▲ 김철호       
  전 홍천읍노인회 사무장

해방 후 약 20여 년이 지나도록 1960년대까지의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꼴찌 국가였다. 1936년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가장 슬픈 금메달을 목에 거신 손기정 선수와 동메달의 남승룡 선수는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뛰었으니···. 우리 한국 민족으로서는 큰 영광이라 할 수 있겠으나 결코 대한민국의 것이 아니었다.

그 후 30년이 지난 1976년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스링 자유형 금메달을 목에 건 양정모 선수가 대한민국의 최초 금메달리스트, 곧 세계 1등이라 할 수 있다. 해방 후 36년 만의 쾌거였다. 당시 축구는 밖에 나가면 0:9(‘54년도 월드컵 헝가리 전), 0:7(튀르키에 전)로 그저 꼴찌 수준이었다.

그나마 마라톤이나 레슬링 등 개인의 능력으로서 가능한 일이었지 경제, 군사, 문화 등 국가 전반에 걸친 분야에서는 세계 꼴찌 국가였다. 그도 그럴 일이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을 맞이했으나 5년 후 이어진 6.25 한국전쟁으로 나라가 잿더미였으니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아프리카의 맹주로부터 오늘날 세계 빈국이 된 ‘에티오피아’라는 나라가 6.25 한국전쟁에 3개 대대 규모(6,037명)의 군대를 파견하여 양구, 화천, 철원 등지의 전투에서 657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우리를 도와준 나라다. 1960년 로마올림픽 마라톤에서 맨발로 뛰어 세계를 제패한 아베베 선수를 50대 이상 웬만한 사람이면 모두 기억할 것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던 그가 6.25 한국전쟁 당시 대대장의 전령으로 참전했다고 한다.

이렇게 모든 분야에서 세계 꼴찌였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10대 경제대국이며, 6대 군사 강국이 됐다.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분야와 IT,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첨단 국가로 우뚝 서 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강대국으로 만드신 영웅들이 계신다. 바로 80대 어르신들이다.

그런데 그 영웅들께서는 아직도 세계 꼴찌를 면치 못하고 계신다. 2016년과 2018년도 OECD 통계치에서 노인빈곤률 43.4%, 노인자살률 10만 명당 53.3명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부끄럽게도 OECD 38개 국가 중 1위이며, 몇 년째 이 부동의 불명예를 놓치지 않고 있다.

후손들의 미래는 죽어라 준비하셨으면서도 정작 당신들 미래에 대해서는 준비하지 못하신 것이다. 아니 나라가 준비해 드리지 못한 것이다. 엄동설한과 폭염의 날씨에도 한 달에 270,000원을 받기 위하여 쓰레기 수거용 캐리어를 끌고 한 달에 열흘, 하루 세 시간씩 동네 환경정화 활동을 하신다. 그것도 비교적 거동이 괜찮은 어르신들께 허락된 일거리다. 아직도 60년대 새마을 운동의 연장선에 서 계신 것 같다. 덕분에 마을 곳곳이 깨끗해졌다.

그 영웅들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온갖 고통과 배고픔, 목숨까지도 불사하는 인고(忍苦)의 세월 속에서 오직 잘사는 나라, 후손들이 배부른 나라를 위하여 눈물과 땀과 피로 얼룩진 그분들의 삶을 우리 전후 세대들은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윈스턴 처칠 경이 한 말이다.

「검정 고무신에서 반도체까지」라는 제하로 세 번의 글을 올렸다. 필자는 글을 잘 쓰는 재주를 타고나지는 않은 것 같다. 분명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한 내용인데···. 그러기에는 너무도 표현이 부족했다. 한계를 느낀다.

다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전후 세대들이 함께 공감하고 이제 삶이 10 수년?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들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공경과 감사를 드리며, 보람과 긍지를 가지실 수 있도록 각계의 실질적인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히 가져본다. 이 시대의 영웅들이시며, 동시에 꼴찌들이신 어르신들께 무한한 감사와 갈채를 보내 드리면서···.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