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80]

 ▲강정식 시인전 홍천예총 회장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홍천의 산나물축제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3년을 건너뛰고 지난달 28일 홍천 토리숲 광장 일원에서 3일간 개최됐다. 봄에 나는 새싹은 모두가 나물이고 약초에 가까운 보약들이다. 입맛을 돋우는 산나물의 향기를 만끽하는 자리였다. 28일 오전 개회식을 했고 관내에서 생산되는 산나물들이 판매됐다. 이번 산나물축제는 홍천문화재단 주최로 홍천군과 기타기관에서 후원했다.

산나물은 우리 한민족의 식생활과 깊은 관계가 있다. 조선시대는 물론 최근세사 때인 6.25 한국전쟁 직후 대흉년이 와 식량이 부족할 때 식량 대용으로 나물죽을 쑤어먹고 보릿고개를 넘겼다. 당시 식구는 많고 식량은 부족할 때 쌀이나 보리쌀 등 잡곡은 조금 넣고 산나물을 듬뿍 넣어 희멀건 죽을 쑤어 여러 식구가 연명한 때가 있었다. 요즘 사람들에겐 꿈같은 얘기다.

축제장에는 각 읍·면에서 개인 혹은 영농법인들이 참여해 산나물을 홍보 판매했다. 물론 산나물 이외 농산물 가공상품들도 많았다. 참기름 들기름 각종 엑기스 등등 수많은 종류의 농산물 및 농가공 식품들이었다. 곁들여 귀농귀촌 홍보와 먹거리들이 지천이었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홍천 한돈식당으로 향긋한 내음의 싱싱한 산나물로 쌈을 싸 먹는 한돈은 일품이다.

필자는 이날 오후 축제장을 찾았다. 이곳저곳 두루 돌아보고 있는데 봄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진열했던 홍보물과 임시 설치한 부스에 진열된 포장지가 바람에 날리고 쓰러지자 내 옆에 있던 키가 훤칠한 흰 와이셔츠 차림의 젊은이가 바람에 쓰러진 홍보물을 바로 세우고 흩어진 산나물 박스를 바로 놓는 등 분주하게 정리했다. 바람이 잦아들어 자세히 보니 신영재 군수였다. 서로 잘 아는 사이인지라 인사를 나누고 홍천특산물 빵집 앞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한참 나눴다. 대개 이런 날 군수는 정장에다 수행비서와 직원 몇 명을 동반해 대여섯 명의 일행이 참관하는데 오늘은 군수 단독으로 간편한 차림으로 행사장을 누비는 모습이 한결 신선해 보였다.

축제장에 진열된 산나물들은 대부분 동일류가 많았다. 이를테면 두릅 산마늘 취나물 미나리싹 잔대싹 참나물 곤드레 원추리 곰취 등이다. 필자가 일일이 알 수 없는 산나물도 많았다. 필자는 취나물을 사려고 했는데 품절이 됐다고 해서 못 사고 여러 나물을 섞은 것을 1kg 샀다. 무대 광장에서는 축제장에 빠지지 않는 각설이타령이 흥겨웠고 청소년수련관 담벽에는 홍천문인협회가 전시한 시화전 현수막이 걸렸고 그 앞에선 홍천사진협회에서 무궁화사진전 작품을 전시했다.

이번 산나물축제에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여기에 출하된 상품들이 자연산은 별로 없고 재배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우즈 재배나 노지재배들로 진짜 산에서 뜯은 산나물들을 보기가 어려웠다. 물론 법적제재의 영향으로 입산이 자유롭지 못하고 아직 성수기가 아니어서 귀한 것도 있지만 특히 산에서 자란 참나물이나 취나물은 아직 덜 자라서 상품화되지 못하고 농가에서 하우스나 노지에서 재배한 것들이라고 한다.

축제장에서 필자가 처음 본 산나물이 있었다. 홍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전시한 분재 중 취나물과 유사한데 이름이 고려엉겅퀴라고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관계자에게 보통의 엉겅퀴와 전혀 다른데 왜 고려엉겅퀴냐고 물었더니 풀꽃 엉겅퀴와 꽃이 같다고 해서 고려엉겅퀴라 했다. 종류별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식물(나물취)이다.

축제장 한쪽에선 산나물 모종을 화분에 담아 직접 나눠주는 행사도 있었다. 다음엔 이번 축제에 없는 저자마당으로 기획된 부스판매대 이외 자유판매 광장을 만들어 읍내 인근 농촌에서 실제로 산에서 뜯어온 산나물도 자유롭게 판매했으면 좋겠다. 5일장날 거리에서 파는 산나물처럼 말이다. 그러면 부스에서 파는 것과 대조도 되고 분위기도 한층 어울릴 것 같다.

또한 홍보가 덜된 것 같다. 축제장에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많아야 한다. 먼저 마을 사람과 군민의 참여가 많고 그다음이 외지인이다. 축제 주무부서에서는 이 점을 참조해 차기 산나물축제는 보다 활성화된 말 그대로 산나물축제의 장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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