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74]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지난 15일 KBS 춘천방송 프로그램인 ‘지명수배’에 참여해 홍천읍 희망리의 ‘마지기’ 지명과 ‘잣고개’ ‘오리정’ 등에 대하여 50분간 방송이 나갔다. 여기에서 필자의 역할이 약 20여 분이고 ‘희망쌀가게’와 또 다른 출연자 2명이 지명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KBS의 ‘지명수배’가 방송된 지 불과 5일 만에 MBC의 저녁 프로그램인 ‘강원365’ 제작 담당자가 와서 필자와 역시 동창인 정영환에 대해 살아가는 얘기와 지난 추억과 현재에 대하여 필자의 집과 뜰에서 또한 정영환 친구의 집에서 온종일 촬영했다.

이번 촬영 내용은 필자의 학창시절인 중·고등학교 때의 일기장 내용과 역시 표어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취재했다. 이번에 MBC방송(강원)은 방송사가 제작사에 의뢰해 제작된 프로그램으로 책임 담당 PD가 지난번 PD와 동일인이었다. 반면 방송 구성작가와 리포터(사회자) 보조PD 등 4명은 새로운 사람들이었다. 촬영은 필자의 집 거실에서 방송용 카메라 3대를 설치하고 필자는 휴대용 마이크를 부착했다. 작가와 PD 리포터의 지시에 따라 먼저 표어 창작 및 수집으로 필자가 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필자가 최초로 공모에 당선된 방첩 표어인 ‘비밀이 새는구멍 크기 전에 막아내자’와 역시 공모에서 마지막 표어인 환경에 대한 표어로 ‘오염은 한순간 정화는 한평생’을 끝으로 공모에는 응하지 않고 기왕에 발표된 표어를 수집(내가 좋아하는 표어)만 했다. 당시 기록한 노트는 1954년부터 1992년까지 약 40여 년 동안의 홍보물 들이다. 그때는 표어에 당선(입선)된다 해도 기념품(상장)과 약간의 상금이 있을 뿐 저작권 같은 것은 아예 없었고 생각조차도 못했다. 지금도 사실상 그냥 표어를 쓰고 있을 뿐이지 누가 창작했고 어느 때 발표됐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표어는 한 시대를 반영한다. 특히 7~80년대는 인구증가 문제로 산아제한 표어를 지어 홍보를 했는데 지금은 그와 정반대로 인구증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인구절벽이니 지방도시 소멸이니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100년 후에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서 존폐위기에 놓인다고 한다. 현재 (0.75%) 출산율로서는 국력은 물론 경제인구 부족은 불 보듯 뻔한 상태다. 따라서 인구증가 운동에 대한 표어라도 써서 대대적으로 출산장려운동을 온 국민이 벌여야 할 것이다. 40여 년 전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낳아 잘기르자’를 ‘아들딸 구별말고 많이낳아 잘기르자’로 고쳐야 할 판이다.

실내 거실에서 약 2시간을 찍고 마당에서는 사철나무를 배경으로 일기장에 대하여 집중 촬영했다. 필자의 이 일기장은 1954년 4월부터(홍중 1학년) 1960년 3월까지 중·고등학교 6년간의 학창시절 생활일기로 16절지(현재 A4규격)에 한권으로 묶어서 쓴 것이다. 내용이야 철자법도 틀리고 문단 띄어쓰기 등 오늘의 잣대로 보면 조잡스럽고 형편없는 일기 내용이었으나 6년 치를 한군데 묶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썼다는데 그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일기 내용을 이곳저곳 골라서 찍고 즉석에서 방송작가와 리포터 간 산불에 대한 표어짓기 시연을 했고 필자가 심사를 하는 재미난 연출도 했다.

70년 전 일기에 대한 기록물 촬영을 끝내고 동창친구인 정영환의 얘기가 시작됐다. 월남에 정보장교와 통역장교 등으로 두 번이나 파병을 했던 동창은 결혼 3개월여만에 초임장교로 부임 월남에 파병돼 대위로 귀국할 때까지 4년간의 군생활 중 6백여 통의 편지를 고국의 아내에게 보낸 것이 화제가 돼서 그중 일부인 300통의 원본이 국가기록원에 기증된 바 있다. 이에 대한 집중 촬영이 친구의 집 거실에서 있었다.

편지 내용 중 아내에 대한 애틋한 감정표현과 적(베트콩 월맹군)과 싸우는 과정과 월남에서의 생활상이다. 전쟁 중 그 많은 편지를 보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토리숲에 있는 파월용사의 탑과 파월장병 사무실 내부 촬영을 끝으로 모든 촬영이 끝났다. 강원365 방송은 어제 즉 3월 28일 오후 6시에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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