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73]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세상을 살아가는데 친구란 여간 중요한 게 아니다. 어려서부터 유년기를 지나 학창시절과 직장생활 은퇴 후의 생활 친구란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친구 관계를 말할 때 예부터 내려오는 사자성어로 ‘죽마고우’ ‘붕우유신’ ‘동고동락’이란 말이 있다. 풀이하면 어릴 때 이웃에서 대나무로 만든 장난감 말을 타고 놀았다 또는 친구 사이의 도리는 괴로움과 즐거움을 같이 나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친구 관계를 매우 중요시 여겼다. 친구 하면 우선 나이가 비슷한 동년배를 말한다. 학교 관계로는 같은 동창이나 동기가 되겠고 학년 간 한두 해 선후배라 해도 이웃해서 살았다면 친구도 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친한 친구로 어려서부터 생을 다할 때까지 친한 벗으로 지냈던 오성과 한음이란 두 사람의 우정이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선 선조 때 사람들로 지금으로부터 약 4백여 년 전 사람이다. 오성이 한음보다 4살여 적었다고 한다. 그래도 서울 남산골에서 같이 커가면서 교류하고 정계에 입문해 한 시절을 보낸 이들이다. 당시 벼슬로 병조판서와 이조판서 등을 두루 거치면서도 사적인 우정이 변치 않아 죽을 때까지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물론 시대적으론 무척 어려운 때였다. 당쟁이 극도로 심하고 나라 사정이 말이 아닐 때 두 정승은 최선을 다해서 임금을 보필하고 나라를 지키는데 헌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가정과 이웃 친구 간 우정을 잘 지켜서 후세에도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당시에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해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10여 년 후 정유재란이 났을 때로 이 두 사람은 나라에 공헌했다. 이 무렵 유명한 성리학자인 이율곡이 정신적 지주가 되어 조선 백성의 아픔을 달래주기도 했다. 친구란 마음에 큰 부담이 없이 그저 만나서 즐겁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흉허물없이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한 사이를 말한다. 여기에는 친구나 지인들로 분류돼 있다. 군대 동기나 직장 동기 이웃사촌 등등 많다. 흔히 이런 말이 있다. 내게 갑자기 어려운 처지가 닥쳐왔을 때 조건 없이 도와줄 수 있는 자가 과연 내 주변에 몇이나 되는가를 생각해볼 때 이해관계를 따지는 친구는 그 이해관계가 해소되면 친구 관계가 멀어진다고 한다. 술친구는 술자리에서만 친구이고 그 자리를 떠나면 친구 사이도 떠난다고 한다. 

옛날 어떤 사람이 친구 관계를 확인해보려고 가족을 통해서 가짜 죽음을 알리고 자기는 죽은 척하고 병풍 속에 숨어서 조문을 오는 사람들을 관찰했다고 한다. 조문자 중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있었는데 의외로 평소에 자기가 친하다고 여겼던 술친구들은 조문도 많이 오지 않았고 오히려 평소에 좀 껄끄럽던 사이의 지인들이 찾아와 조문을 하더란다. 친구 관계도 죽어 봐야 아는데 죽은 후에는 모든 게 끝나기 때문에 어쨌든 우리는 살아있을 때 서로 잘해야 한다. 그중에서는 친구의 우정이 더욱 그렇다. 

친구와의 관계는 학교 때의 친구는 말 그대로 배움의 전당에서의 친구이고 직장에서의 친구는 동질감의 일 속에서 사귄 친구들이다. 또한 사회에서 현직에서 은퇴하고 사귄 친구는 또 그대로의 맛이 있다. 친목단체에서의 친구나 지인 또한 재미있고 현실적인 친구들이다. 특히 취미생활에서의 친구는 나이를 떠나 같은 취미로 모였기에 이 또한 좋은 친구들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가 주의할 점은 특히 서로 간 큰 오해가 없도록 각자의 처신과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친할수록 믿음이 강한데 오해는 그 믿음을 실망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하긴 가족 간에도 오해는 있을 수 있지만 특히 친구 간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한번 금이 간 우정은 질그릇처럼 붙이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친구는 희노애락을 같이 해야 한다. 그리고 이해하고 역지사지의 관계로 대해야 한다. 좋은 친구는 전 재산과도 안 바꾼다는 옛이야기가 있다. 이 순간에도 필자는 주변의 친구와 어떻게 지내야 더 잘 지낼까를 늘 생각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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