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69]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우리말에 오뉴월 잿불도 쬐다 말면 서운하다는 말이 있다. 장장 12년 동안 재직했던 홍천새마을금고 감사직 임기만료로 2023년 1월 10일자로 사임했다. 돌이켜보면 12년 동안 이전 저런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2011년 초에 감사로 선출돼 한번도 빠짐 없이 12년 즉 4회를 연임했다. 4회 중 두 번은 선거로 선임됐고 두 번은 추대됐다. 임기 동안 새마을금고 임원 중 이사장 2명이 사망(남궁섭 권병기)했고 이사 3명(이화승 지영오 이원구)이 작고했다.

막상 퇴임을 하고 나니 시원섭섭하다고 할까 아니면 섭섭시원하다고 할까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이다. 금고 마지막 총회는 지난 2월 10일 금고 대회의실에서 열린 총회에서 2022년 마지막 감사보고를 함으로써 실질적인 감사 임기가 마감됐다. 금고 측에서는 재직기념패와 행운의 열쇠를 증정했다. 이번 임기만료는 12년 동안 감사를 같이 역임한 지인 안상구와 후배인 안계순 이사 필자 등 3명의 임원이 사임했다.

금고 감사는 연4회와 특별감사로 나눠서 실시했었다. 즉 분기에 한 번씩 했다. 필자는 금융기관 재직 경험이 있어 감사업무 중 여수신 분야를 주로 봤고 안 감사는 행정기관에서 40여년간 근무한 행정의 달인으로 기획과 경비지출 예산 쪽을 맡아 했다. 감사 초창기에는 직원들의 업무숙지가 매우 미흡해 금융인으로서의 기본이 되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에서부터 업무 전반에 대한 것들을 살폈다.

금고 직원들의 업무능력이 숙달되지 못한 직원도 있어 처음부터 지도감사를 겸하고 적발감사는 지양했다. 금고의 은행 업무는 복식부기를 기본으로 은행부기나 관청부기 등 혼합부기를 사용했는데 장부 기록의 정정을 제 규정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작성해 시정했다. 예를 들면 숫자를 잘못 썼을 때 붉은색으로 2줄을 긋고 취급자 날인 후 위나 아래칸에 맞는 숫자를 기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백색으로 지우고 그 위에 정정 숫자를 쓰는 행위 등이었다.

또한 전표작성도 주금액(한글이나 한자 청구금액)을 써야 하는데 아라비아 숫자로 썼을 경우 주금액을 정정한 대출금에 있어 차용금액 정정 등은 불가한데도 정정금액 등 아주 기초적인 취급에서 오류가 많이 발생해 감사로서 지적했던 일이 있다. 그 후부터는 소소한 요류는 없었다. 감사 재임 당시 MG요양원을 신설 운영했는데 개원 할 때 필자는 기념품으로 집안 동생 화가가 그린 서양화 1점을 증정했다. 이 작품은 요양원 현관에 전시돼 많은 방문객과 수용자들이 감상하고 있다.

금융사기꾼 일당에 의한 작은 사고도 있었다. 대출금으로 부실담보를 제공하고 현금인출을 한 예가 있어 취급자가 일부 변상하고 퇴직하는 사건이 있었다. 또한 12년 전 취임 당시에는 과거 금고의 합병과 IMF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홍천읍에 부실 소액금고들이 합병하면서 떠맡은 부실금액(손실액)이 너무 커 수년간 수익을 못 내고 형식적 수지밖에 못 맞출 때 감사 실비변상(수당)도 형편없는 소액이었다.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경영이 차차 호전되어 그나마 수당은 제대로 받았지만 이는 홍천의 타 제2금융권에 비해 저조한 금액을 받으면서도 감사업무는 충실히 했다고 자부한다.

감사 재임 동안 가장 인상깊은 것은 감사 초임 시 MG새마을금고중앙회 교육이 있었고 우수회원과 임직원들의 기차여행과 제주도 연수교육 겸 문화탐방 등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모름지기 감사는 회원들의 자산을 지키고 금고 본연의 업무를 감사하며 사고를 사전에 막고 금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게 주 업무다. 지난 12년 동안 후회 없는 감사 수행을 위해 함께 애쓴 김생호 이사장과 민칠홍 전무 외 임직원들의 협조에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