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67]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필자는 종교를 인정하고 있지만 특정 종교에 얽매이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길 육체는 음식물을 먹어야 체력을 유지하고 영혼은 정신적 믿음으로 유지한다는 말이 있다. 전자는 보통 무신자들이 하는 말이고 후자는 신을 믿는 영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필자에게 굳이 어느 종교를 믿느냐고 묻는다면 아내가 믿던 불교 쪽에 가깝지만 열심히 믿는 편은 아니다. 또한 유교로 성균관 산하인 향교에 나가지만 신앙적 양심에서 나가는 것은 아니다. 유교는 아직까지도 종교냐 아니냐를 분명하게 정의한 것이 없다. 다만 정부에서 종교를 분리할 때 종교로 인정하여 3대 종교 즉 불교 그리스도교 유교로 분류한다. 

종교는 내세관(사후의 세계)이 있어야 하는데 유교는 내세관이 없다. 이에 비해 불교와 그리스도교(개신교와 천주교)는 죽어서 가는 내세관이 뚜렷하다. 불교는 극락을 가고 그리스도교는 천국을 간다고 한다. 홍천만 해도 불교와 그리스도교는 수천 명의 신도와 많은 절과 교회가 있지만 유교(향교)의 유림은 불과 몇 백 명 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보자. 한국가정에서는 조상숭배를 많이 한다. 따라서 명절이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유교는 안 믿어도 제사는 지낸다. 제사를 모신다는 것은 무엇인가. 조상의 혼령이 있다고 믿는 점에서 제례를 올리는 것 아닌가. 한 가정에서 제사나 차례를 모시는 것은 불교와 천주교(성당)가 비슷한 점이 많다. 다만 성당에서는 신위란 지방을 쓰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神)은 있는가. 이는 어렵고 그 정의를 내리기는 범인(凡人)으로서 매우 힘든 일이다. 유교는 공자 탄생 이후 약 2500여 년이 됐고 불교는 석가모니가 창제한 후 역시 유교와 비슷하다. 다만 그리스도교는 구약과 신약으로 나뉘는데 4~5천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중 개신교는 예수 탄생 후 202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것은 인도에서 중국 당나라를 통해 고구려 소수림왕 때 들어왔고 그리스도교 중 천주교는 조선 영·정조 때 역시 중국을 통해 약 250여 년 전에 들어왔다. 개신교는 140여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정 종교를 국가종교로 믿지 않고 개인 의사에 따라 종교를 갖는다. 토종 종교로서는 증산교와 천도교가 있다. 그렇다면 종교를 믿는 사람과 무신자와는 좀 다른 면이 있어야 할 것이다. 종교를 잘 믿는 사람은 똑같은 조건에서 그래도 무신자들보다는 무엇이 다르든 달라야 한다. 

천주교 신자의 경우는 더욱 양심으로 세상을 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성당 밖에서 한 일 중 안 좋은 일은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하면 용서해준다는 교칙이 있고 실제로 많은 신도들이 행하고 있을 게다. 사람은 실수가 많다. 일생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안 좋은 일에 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자각을 하고 있는 한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 고해성사를 하더라도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라 하겠다. 그것도 고위급 신자(간부급)로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면 무신자와 뭐가 다르다 하겠는가. 잘못한 것을 고해성사로 고백했으니 또 다시 잘못을 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하느님 말씀(성경)에는 왼쪽 뺨을 맞거든 오른쪽 뺨도 맞으라는 구절이 있다. 오른손이 하는 착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도 있다. 불교에서는 자비를 베풀면 운명이 바뀐다고 한다. 필자의 주변에 신자로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지인들은 있지 않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오히려 그 신자를 상대로 과감한 의사전달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참고 있는 것은 신을 믿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이러한 보편타당의 순리와 상식에 반하여 살기 때문이다. 필자도 여기에 속한다. 종교는 무조건 믿어야 한다. 따져서는 안 된다. 성경 말씀과 불교의 경전 유교의 학문적 논리 등을 잘 따라야 한다. 신자로서의 양심적 행동을 저버리는 신자는 신 앞에 부끄럽지 않게 임해야 한다. 바야흐로 종교를 갖고 신을 모시는 신도님들께서는 자기 양심에 어긋나는 신앙생활은 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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