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65]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귀촌 귀향 귀농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홍천의 생활물가가 인근지역에 비해 비싸다고 한다. 필자처럼 7~80여 년간 살고 있는 주민들은 잘 모르고 살지만 타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홍천의 인근인 춘천이나 원주 양평에 비해 대부분의 생활용품이나 식자재 등등 일반물가가 비싼 편이라고 한다. 지난주에도 모 지방지 앞면에 강원도 물가가 서울이나 여타지역과 비교해 역시 물류 값이 비싸다는 기사가 났다. 그 이유는 강원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인프라가 부진해서란 진단이 나오고 그 대책으로 교통망 확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홍천도 이와 비슷하다. 시장의 채소(무 배추 등)만 해도 대부분 서울에서 내려온다.

물론 지방에서 재배해 자급자족하고 잉여분을 판매하는 좌판이나 노점상의 소규모 채소상도 있긴 하지만 큰 식당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 도소매로 파는 채소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온다고 한다. 그러니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특히 여름이나 늦가을 고랭지 채소의 경우 우리나라 최고의 주산지 중 하나인 내면이 있는데 여기서 수확하는 무 배추 감자 등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으로 갔다가 거기서 다시 홍천시장으로 내려오니 물류비용이 만만치 않아 원가가 비싸게 매겨진다.

물가는 교통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홍천은 대형 운송수단인 철도가 없다. 당장은 그 수요가 많지 않아 경제적 타당성이 미흡하다 치더라도 일단 철도가 놓이면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홍천군과 강원도가 용문~홍천철도 개설을 추구하는 것도 이런 것들의 복합적인 발전상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큰 군 단위 중 철도가 없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홍천에서 서울 간 단순한 여객손님들만을 위한다면 철도 신설이 급하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맞춤시대가 아니다. 시설 먼저 해놓고 경제상황을 극대화시켜야 할 것이다. 철도가 있고 없고는 심리적 상태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래서 홍천군과 양평군이 철도 개설을 요구하는 것이다.

홍천은 과거 재래시장이 전국에서도 몇 째 안가는 큰 시장이었다. 서울 동대문 밖에서는 물론 강원도에서도 으뜸가는 재래시장 즉 5일장이 있던 곳이나 그 명맥이 많이 퇴색해졌다. 과거엔 경기도 성남시의 모란5일장에 버금가는 5일장이었다. 흔히들 홍천을 교통의 요지이며 사통팔달이라고 한다. 홍천을 중심으로 북쪽은 춘천 동쪽은 인제와 속초 남쪽은 원주와 횡성 서쪽은 양평으로 바로 이어지는 직통 교통의 중심지이다. 그러면 왜 홍천이 물가가 비쌀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보다 소비가 많은 소비도시이기 때문이다. 공급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홍천은 군인가족이 많았다. 특히 의류 같은 것들은 춘천이나 서울 원주 등으로 원정을 가서 구입하면 차비 이상이 떨어진다고 해서 타 지역으로 쇼핑들을 가기도 한다. 의류의 경우 홍천이 매우 비싸다고 한다. 물가는 인구증가에도 영향을 준다. 물가가 싸야 인구가 몰려온다. 장날 물건 값도 상설시장 점포의 상품 값도 다른 지역과 비슷하거나 싸야 한다. 홍천은 4~50여 년 전부터 시장물가가 비싸게 출발해서 그 여파가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 같다.

대도시의 백화점이나 대형 도매상에서 매년 몇 번씩 진행하는 할인행사도 홍천엔 없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직접 상품이 많이 나오지 않으니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 값이 처음부터 높게 매겨진다. 그렇다고 재고도 많지 않다. 원 구매자는 많고 물량은 적으니 값이 뛸 수밖에 없다. 물건을 많이 확보해 소비자들이 쉽고 값싸게 구매한다면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박리다매란 상술이 상식화돼야 한다. 그렇다고 생산자들에게 무조건 값을 내리라는 것은 아니다. 적정생산비 적정이윤을 내면서 풍부한 상품이 공급된다면 자연히 우리지역에도 물건 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는 얘기는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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