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환 박사

지방자치는 일정한 구역 내의 주민들이 직접적인 방식을 통해 지역의 대표자를 선출하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지역의 발전과 주민에 대한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것으로 널리 해석되어지는 한편, 지방자치단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설립된 공공의 법인으로서 국가로부터 자치권을 이양 받아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보호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건국당시 지방자치는 1948년 11월 17일 법률 제8호에 의한 “지방행정에 관한 임시 조치법”이 공포되어 1949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었지만 1949년 6월 제3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안이 심의 통과 됨에 따라 동년 7월 4일 법률 제32호에 의해 우리나라는 비로소 지방자치법이 제정·공포되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다가 1952년 4월과 5월 시·읍·면 의회선거와 도의회 선거를 치르게 됨으로써 지방자치의 기본적인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1961년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 조치법”이 법률 제707호로 공포됨에 따라서 사실상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전면 중단·소멸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1988년 법률 제4004호에 의거 공포된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인해 1991년 지방 의회가 부활되어 구성되고, 1995년 6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의원과 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때부터를 실질적인 풀뿌리 지방자치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지방자치의 전면적인 실시로 인해 그간 많은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먼저 교육자치제의 실시이다. 교육 자치는 주민의 교육행정에 대한 참여와 교육의 전문성 및 자주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근간으로 하여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민주주의의 지방분권적 제도이다. 이러한 교육 자치는 미군정 시기인 1948년 “교육구 설치에 관한 법령”과 “교육구회 설치에 관한 법령”이 공포되어 제도화되면서 2007년 직선제에 의한 부산시교육감 선출과 2010년 6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두 번째로 괄목할 만한 것은 자치경찰제의 시행이다. 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화에 입각하여 중앙집권적인 경찰의 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하여 집행하는 제도이며, 현행 국가경찰체제의 일원적 구조상의 폐해를 제도적으로 개선하여 주민에 대한 치안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경찰의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경찰의 민주화와 경찰에 대한 주민통제체계를 발전시키는데 있다.

우리는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을 쉽게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지우고 깊은 상처를 치유하며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10·29 이태원 대참사라는 비극과 참사를 다시 한 번 맞이했다. 사고와 사건은 인간들의 일상적인 사회적 행위가 멈추지 않는 한 우리주변에 상존하여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늘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국가는 이러한 불안과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을 위한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두고 정부는 경찰전반에 대해 혁신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자치경찰제 이원화의 시범적 시행이다. 현행 자치경찰제는 지난 해 7월 1일 전국적으로 시행되어져 오고 있는 주민 지향적 치안행정으로서의 파수꾼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역대정부에서 추진해오던 기존 자치경찰 이원화의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경찰이 함께 공존하는 이른바 자치경찰제 일원화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자치경찰제 일원화는 국가경찰의 조직과 인력은 그대로 유지하되 단지 경찰 사무만을 이원화하고 있어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주민들이 직접 체감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치경찰 위원회가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고는 있지만 자치경찰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유사시 즉각적이고 신속한 대응과 대처가 느리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이러한 자치경찰제의 역기능에 대한 해결방안의 하나로 윤석열 정부에서는 자치경찰제의 이원화 추진을 국정목표로 삼고 지난 10월 25일 경찰제도 발전위원회 소속 하에 자치경찰 분과 위원회를 출범시켰고, 2024년도부터 강원도와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시에 대해 이원화된 자치경찰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여 2026년도부터 이를 전국으로 확대·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국가경찰에서는 지역의 다중운집행사에 대한 안전관리와 재난 또는 재해 발생 시 긴급 구조·지원업무가 자치경찰 사무이기 때문에 이번 참사의 책임은 자치경찰에게 있다고 하는 반면, 이와 반대로 자치경찰 측에서는 경찰서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들은 112 종합상황실의 소속이고 이와 동시에 112 종합사무실의 업무자체가 국가경찰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가경찰에 책임이 있다는 등 경찰의 업무구분과 한계를 두고 서로 책임을 전가 또는 회피하고 있다.

고귀한 국민의 생명과 소중한 재산은 국가로부터 최우선적으로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야 말로 국민으로서의 권리이자 국가로서의 책임인 만큼 이에 대해서는 갑론을박과 같은 여타 논란의 여지는 없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자치경찰제가 지닌 지휘·보고체계의 이중적 복잡성, 업무구분의 불명확화에 기인한 혼선가중, 인력·장비·예산의 부족 등과 같이 총체적으로 미흡한 부문은 과감히 자치경찰제의 시범적 운영을 통해 법체계와 제도를 대폭 수정·보완해 나가야 한다.

자치경찰제 이원화의 시범적 운영과 관련하여 지금이 바로 자치경찰제의 성공적인 도입과 안착을 위한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지자체는 치안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치경찰 정책 자문단 내지 주민 중심의 네트워크 협의체 구축, 아동·여성·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보호 방안과 가정 및 학교폭력 예방 정책 마련은 물론, 자치경찰과 연관된 조직체의 신설과 전문 인력 확보, 조례 제·개정 등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21세기 지방분권화 시대에 부합되고, 주민이 진정 필요로 하는 주민 중심의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있다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