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59]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 전기제품은 필수품이다. 모든 가정이 그렇고 필자도 예외가 아니다. 집안에 있는 것만 대충 봐도 꽤 많다. 우선 TV 라디오 냉장고 세탁기 전기레인지 선풍기 냉방기 면도기 등등 10여 가지가 넘는다. 전화기와 핸드폰은 치지도 않았다.

며칠 전 물을 끓이려고 전기레인지를 켰다. 그런데 레인지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빨간불만 껌벅대다가 멈춰버리고 만다. 몇 번 시도했으나 역시 켜지지 않고 작동 자체가 안 되는 것이었다.

하긴 가사도구 중 하나인 인덕션을 구입한지가 10여년도 훨씬 넘었으니 이제 그 수명을 다한 것 같다. 인덕션 4구 중 1구는 이미 고장이 나서 열도 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손바닥과 주먹으로 몇 번 쳐봐도 역시 작동불능으로 고장인 것 같았다.

문득 필자가 젊었을 때 본 전쟁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영화제목과 주인공은 생각나지 않는데 배경은 유럽에서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을 그린 영화로 물론 흑백이었다. 내용 중에 전차가 도로를 질주하다 잠시 정차를 했다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발동이 안 걸렸다.

탱크 조종사가 내리고 정비사들이 내려서 고장여부를 살피는데 선봉에 섰던 지휘관이 지프차에서 내려 탱크를 보더니 갑자기 발길질로 탱크 앞머리를 냅다 걷어차니 부웅 하고 발동이 걸렸다. 이유 없이 멈췄던 탱크가 발길질 한 번에 발동이 걸린 것으로 지휘관과 탱크 조종사들이 한바탕 웃는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가전제품이 고장 났는데 왜 느닷없이 전선의 탱크 얘기를 하느냐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 답은 뒤에 나온다. 전기레인지가 고장난지 벌써 2~3일째다. 고장이 난 것을 고치느니 수명을 다한 것 같아서 아예 새것을 사기로 했다.

전자제품전문점인 하이마트를 찾았다. 보통 가전에서 쓰는 인덕션 3구 짜리를 구입했다. 설치는 며칠 후 별도의 기사가 내왕해서 해준다고 했다. 약속대로 며칠 후 기사가 물품을 들고 집을 찾아왔다. 우선 먼저 사용하던 고장 난 인덕션을 보여주고 오래 써서 수명을 다한 것 같다고 설명하고 새것을 놓으려 할 때 필자가 며칠 동안이나마 불편했기에 어디가 고장인가를 물었다.

기사는 전기코드를 꽂고 시작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2~3일 동안이나 되지 않던 인덕션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화력도 좋고 먼저 사용할 때와 똑같았다. 기사와 나는 잠깐 있다가 내가 그 이유를 물었다. 기사는 인덕션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버튼이 사용중지로 잠겨있었네요 잠긴 부분을 1분쯤 길게 누르면 잠김이 풀립니다” 한다. 나는 얼른 버튼을 눌러 껐다 켰다를 반복해보고 작동이 잘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기사는 망설이고 있었다. 새것의 교체 설치여부에 대해 내 의견을 묻는 듯 했다. 나는 “새로 구입한 제품은 그대로 두고 가세요. 지금 쓰는 것도 너무 오래돼서 언제 고장이 날지 모르니까요” 했다. 결국 기사는 제품을 그냥 두고 갔다. 제품이 원체 오래됐으니까 고장이 난 것으로 오인하고 잠김을 풀지 않고는 고장으로 본 것이다.

필자의 연배들은 전자기기를 다루는데 아둔하다. 필자가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는 데에도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요즘 애들은 두세 살이면 다룬다는 스마트폰이 아닌가. 하긴 필자의 지인 중에는 스마트폰을 배우려고 세 번이나 기기를 샀다가 못 배우고 폰맹으로 살고 있다.

필자 또한 컴맹이다. 시 원고나 겨우 독수리타법으로 쓰고 장문의 글은 못쓴다. 전기기기에 대해선 선입견이 앞서서 다루는데 어색함이 많다. 인터넷에서 물품구입을 하고도 조립을 못해서 처박아둔 전기기기도 있다. 전기제품을 다루는 데는 열등의식이 있어서 내 스스로 생각해도 바보에 가깝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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