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58]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우리 옛 말에 돈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다. 즉 지저분하게 벌더라도 귀하고 고급스럽게 쓰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옛날에는 그래도 됐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그런 얘기가 안 먹히는가 보다. 몇 년 전 국무총리로 지명을 받았던 대법관 출신 안 모 씨는 변호사 개업 일 년 남짓한 사이 수 십여억 원을 벌고 그것이 전관예우라는 여론의 지탄을 받자 총리후보 지명 6일 만에 전격 사퇴하고 말았다. 국회에서의 청문회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버거웠던 모양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능력껏 벌어서 능력껏 쓰는 것이 원칙이다. 이것을 벗어나면 순수한 자본주의가 아니다.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가 지속되고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단골로 지적하는 약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 자본주의를 능가할 제도가 발견되지 않아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세계의 대다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국가의 큰 틀이다.

그렇다면 돈은 왜 벌어야 하나. 우선 생활유지 즉 의식주 해결과 건강유지 자녀교육 사회활동 국가경영 등 모든 면에 돈과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 원시시대 또는 고대 부족국가 때는 물물교환으로 서로 간 필요한 물품을 구입 사용하다가 필요에 따라 수천 년 전부터 본격적인 화폐(돈)가 나오게 됐다. 돈은 인력이나 재화의 대가다. 노동자가 하루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가치로 돈을 받고 그 돈으로 생활을 유지하게 된다.

돈은 많이 버는 사람은 잘 쓰고 많이 쓰고 싶은 대부분의 욕구를 돈으로 해결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돈을 벌기위해 발버둥치지만 겨우 의식주 해결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먼저 돈의 가치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흔히 돈에 쪼들리든가 돈 때문에 다툼이 나면 “돈이 먼저 나왔냐 사람 먼저 낳았다”며 사람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이 세상에서 사람이 먼저이고 필요에 따라 돈이 생겼다는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허나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들 일상생활에서 돈이 관여되지 않는 것은 극히 드물다. 국내의 많은 기업(재벌)들이 사회에 기부를 많이 하는데 순수하게 기부하는 쪽도 있고 어떤 부정적 사건으로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마지못해 억지로 기부하는 자도 있다.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에선 무조건 환원(기부)하는 것보다 그 돈을 버는 과정이 투명하고 정당해야 할 것이다. 법을 어기고 부정하게 많은 돈을 번 사람이 사회에 환원(기부)했다고 해서 그것이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은 정당하게 벌어서 가치 있게 써야 한다.

그렇다면 일반서민은 돈이 얼마나 있어야 되는가 하면 대개는 쓸 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아주 애매모호하고 간단한 답변들을 한다. 그 쓸 만큼의 돈은 또 얼마일까? 그것은 사람들 형편의 원칙에 비해 봐야 할 것이다. 부자는 부자의 기준이 있고 서민은 서민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현재의 위치에서 쓸 만큼이란 남한테 돈 빌리지 않고 살림이 너무 궁색하지 않고 여행도 가끔 가고 자녀 학비와 혼사 때 쪼들리지 않고 본인의 사회활동에 품위유지 할 정도의 돈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한다. 허나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라는 말처럼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볏섬을 뺏으려 한다는 옛 말도 있지 않은가.

침체됐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난다고 하니 홍천신문 독자님들도 돈 많이 벌어서 기부도 하고 해외여행도 가며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시길 바란다. 돈은 써야 돈이고 쓰지 않으면 종이쪽지에 불과하다고 하니 하루라도 젊고 건강할 때 부지런히 벌어 노후준비 잘 하시고 여유롭고 쪼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멋진 생활 소비를 하는 게 행복한 가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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