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54]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초등학교 저학년 국어 교과서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옛날 어느 산속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 때 사슴 한 마리가 뛰어오면서 “아저씨, 저기 포수가 날 잡으려고 쫒아오는데 저 좀 숨겨주세요” 하니 나무꾼이 “그래 너는 얼른 저쪽으로 도망가거라”라고 일러주자 사슴은 재빨리 나무꾼이 가라는 데로 도망을 갔고 포수가 씩씩거리며 나타나 “이보시오 방금 사슴이 이리로 뛰어왔는데 못 봤소?”라고 묻자 나무꾼은 “봤지요. 저쪽으로 뛰어갔어요”라며 사슴이 간 반대쪽을 가리키자 포수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나무꾼은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이는 선의의 거짓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재래시장이나 골목의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주인과 흥정을 하면 대개 점포상인은 손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거 좋은 물건인데 원가이하예요.” 원가가 얼마인지는 몰라도 손님에게 파는 그 물건이 원가이하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이익을 조금 붙이느냐 많이 붙이느냐는 상인의 자유이다. 하기야 대형백화점에서 바겐세일을 할 때 가격표가 부착된 상품은 예외일 수 있지만 가격표가 없는 상품들은 구매자가 그 정가를 알 수 없기에 이것도 거짓말일 수 있다. 또한 과부와 처녀 총각이 결혼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도 거짓말에 속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에는 선의의 거짓말과 악의적인 거짓들이 난무한다. 나이 많은 노인네들의 죽고 싶다는 말도 일종의 거짓말이다. 정치인들에게는 더욱 거짓말이 많다. 몇 년 전 우리나라 대통령후보가 대통령선거에서 몇 번 떨어진 후 기자들 앞에서 정계 은퇴선언을 하고 정치계를 떠났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대통령선거에 나오자 기자들이 은퇴할 당시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왜 또 나왔느냐고 묻자 그는 “약속은 어겼지만 거짓말은 안 했다”라고 답했으며 그 후 그는 대통령이 된 적이 있다.

지금은 퇴임한 모 전 강원도지사는 대낮에 술에 취한 상태로 회의장에 나와 비틀거리자 기자들의 야유가 있었다. 그는 간신히 회의를 마쳤고 다음날 기자들 앞에서 “술은 먹었지만 취하지는 않았다”고 했었다. 사실 그 도지사는 낮에 손님접대로 점심식사 중 반주로 독한 고량주를 마셔서 술에 취한 상태인데 회의시간에 빠질 수가 없어서 나갔다가 망신을 당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국제회의에서 일본인 대표가 회의시간보다 몇 분 늦는 지각을 하자 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대표들이 “시간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일본대표가 지각이라니” 하면서 수군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일본인 대표가 회의장 문을 박차고 들어오면서 “아니 그 유명한 스위스 시계가 다 틀릴 때가 있네. 내 시계는 회의시각 정각인데” 하면서 자기가 차고 있던 스위스제 고급시계를 회의장 바닥에 메쳤다. 이 광경을 본 많은 참가자들은 회의시간에 늦게 도착한 일본인을 탓하기에 앞서 “그렇지 시계가 고장났나봐”하며 지각한 일본인 대표에 대한 관심은 없어지고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 실은 그 일본인의 시계가 고장이 난 게 아니라 지각을 한 것이 분명한데 시계 쪽으로 관심을 돌렸을 뿐이다.

사람들이 어떤 일에 있어 빠르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번개같이 빠르다”라는 말을 한다. 번개는 빛의 일종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빛처럼 빠른 건 없다. 다만 빛과 같이 빠르다는 것을 과장해서 말하는 일종의 거짓말이다. 또한 우물이나 웅덩이(소)가 매우 깊은 것을 표현할 때 명주꾸리 한 개가 다 들어간다는 말을 한다. 이 또한 거짓말로 물속이 매우 깊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과장법이다. 명주꾸리는 명주(비단)를 감아놓은 뭉치로 대개 몇km쯤 되는 길이다. 우물이나 소가 그렇게 깊은 곳은 없다. 깊어봤자 5~6m 이내다. 선의의 거짓말은 유머 즉 우스갯소리의 일종으로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대화를 보다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쓴다. 즉 이는 약방의 감초 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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