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발효이야기

▲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돌배(石梨)는 산돌배 또는 신배(酸梨)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우리가 생과로 먹는 일반배의 원종이다. 즉 일반배의 조상격이라 할 수 있다. 일반 배 보다는 크기가 작고 단단하다. 또한 껍질이 일반 배에 비해 훨씬 많은 석세포를 함유하고 있어 생과로 먹을 경우 식감이 거칠고 까끌거려 생식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편이다. 돌배 열매는 둥글고 직경은 2㎝~4㎝ 내외인데 석세포가 많아 돌배라고 부르며 맛이 시고 떫기 때문에 신배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돌배에 대해 “산리(山梨)는 野梨(야리)이다. 어디에나 있다. 돌배가 큰 것은 살구만하며 배와 비슷하고 작고 맛이 시지만 먹을 만하다. 그 나무의 무늬는 세밀한데 붉은 것은 무늬가 조밀하며 흰 것은 무늬가 성글다”고 기록하고 있다.

돌배는 주로 담금주나 발효액으로 담가 먹으며 약용 및 식용으로 이용한다. 돌배나무는 우리나라의 산간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홍천의 산간지역에서도 야생돌배가 많이 자생한다. 최근 홍천 내면의 고랭지에 야생 산돌배를 개량해 재배하는 농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밤바치농장, 자운마루농장 등 비교적 큰 규모의 돌배농장들이 생기면서 이 지역 돌배 재배면적이 늘고 있다.

돌배는 일반 배에 비해 알부틴(arbutin),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퀘르시트린(quercitrin) 등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 항산화 물질이 훨씬 풍부하다. 알부틴은 멜라민 색소 생성을 억제하고 클로로겐산은 과산화지질 및 콜레스테롤 생합성을 억제하며, 퀘르시트린은 콜레스테롤 배출을 촉진해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돌배는 식용뿐만 아니라 약재로서도 인기가 있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도 돌배를 다양한 증상치료에 활용해 왔다. 독버섯중독, 구토증세를 치료할 때 돌배즙을 섭취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전라도 지역에서 기침이 심할 때 돌배 속을 비우고 꿀을 넣어 달여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은 요즘에도 활용된다. 감기증상에 돌배대신 배를 가지고 배꿀즙을 만들어 먹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다. 또한 탈장, 곽란, 토혈 등의 치료에 돌배 줄기, 돌배 껍질, 돌배 잎을 달여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의학적으로 돌배는 성질이 차고 맛은 달고 시다. 진액을 생성하여 갈증을 멈추게 하고 마른 곳을 적셔주며 열을 내리고 가래를 삭이는 효능이 있어 열이 나고 갈증이 있으며 변이 굳어지는 증상이나 폐에 열이 있으면서 마른기침을 하는 사람에게 좋다. 해열, 기침, 천식, 위궤양, 변비, 폐결핵, 폐암 등에 두루 효능이 있다. 어린아이의 기침과 백일해 등에도 효과가 있다.

기관지 계통, 특히 폐를 이롭게 한다. 외열로 가슴이 답답한 것을 해소하고 심장을 식히며 폐를 소통하게 하고 해독한다. 열증으로 대소변을 보지 못하는 증상에도 유효하다. 동의보감에서는 “객열(客熱)을 없애며 가슴이 답답한 것을 멎게 하고 풍열과 가슴 속에 뭉친 열을 헤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속을 차게 하므로 체질이 냉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돌배의 활용은 다음과 같다. 주로 가을에 익은 돌배 열매를 식용 또는 약용하는데 도라지, 대추, 생강 등과 함께 달여 배즙을 만들어 먹거나 설탕과 버무려 발효액을 담가 먹기도 한다. 발효액을 담글 때는 같은 양의 설탕과 버무려 담근 뒤 3개월 정도 지나서 걸러 숙성시켜 먹는다. 잘 익은 돌배를 얇게 잘라 말린 후 끓여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

그러나 돌배 활용에 있어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이 돌배 담금주이다. 돌배주를 담글 때는 잘 익은 열매를 선택하고 가볍게 씻어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 후 병에 넣어 소주를 부어 밀봉해서 냉암 속에서 숙성한 후 마시면 된다. 내용물은 3개월 정도 후에 걸러주며 거른 뒤에 6개월 이상 숙성하면 맛이 좋은 돌배 담금주가 된다. 1년 이상 오래 숙성할수록 더욱더 깊은 맛이 난다. 돌배주를 담그는 재료 비율은 돌배:소주의 비율이 1:3 정도가 적당하다.

또한 돌배 발효액이나 돌배 술에는 고기 분해효소가 많이 들어있어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특성이 있고 담이나 기침, 변비, 이뇨에 좋다고 하는데 이는 보통의 일반 배가 지닌 특성과도 비슷하다. 다만 일반 배와 돌배의 약성차이는 최소 5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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