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52]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며칠 전 오전 9시경 초등학교 근처를 통행했다. 어김없이 경고음성이 들려왔다. “어린이보호구역입니다. 서행하세요”라는 멘트다. 사방을 둘러봐도 어린이나 학생은 없다. 심지어 어른들도 뜸하다. 어린이 안전을 위한 조치로 건널목이나 회전교차로 등 도로통행에 지장을 주지만 법규로 정해 시행되는 것이니 뭐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린이가 없고 통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 보호구역을 현실성 있게 조정했으면 한다. 즉 어린이들이 통학할 때만 유지하고 그 이외 시간대는 해제를 했으면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은 도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시골이나 농촌의 학교 근처에도 예외가 없다. 하루 종일 있어도 어린이 하나 볼 수 없는 도로에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서행을 해야 한다. 이 규정을 어기면 득달같이 범칙금 딱지가 날아온다. 물론 대도시나 아파트단지 같은 곳은 어린이들이 많아서 지속적 보호가 요구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조정했으면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규제를 해서 그 많은 운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을 개선했으면 한다.

교통에 대해서는 경찰서와 자치단체에서 서로 분담해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업무분담은 필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두 곳 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어린이들의 등하교 시간은 현행대로 하되 그렇지 않은 시간대는 일반도로와 같이 사용했으면 한다. 회전교차로나 한가한 건널목에도 인근에 학교가 있으면(도로에서 보이지도 않음) 바로 규제에 해당된다. 어린이가 있든 없든 상관치 않는다. 물론 어린이가 있다면 당연히 서행해서 그 어린이가 안전하게 통행해야 하겠지만 하루 종일 어린이 하나 보이지 않을 때는 운전자로서 정말 답답함을 안 느낄 수가 없다.

이런 경우도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은 아니지만 시외의 외곽 국도인 경우 인가가 거의 없는 곳의 건널목에도 신호등이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다. 몇 시간이 가도 사람 하나 건너는 걸 못 본다. 그래도 빨간불이 들어오면 차량은 무조건 서야 한다. 그런데 건너는 사람이 없다면 이런 곳은 신호개선을 해야 한다. 즉 건너는 사람이 신호조작을 하고 건너간 후 자동으로 신호가 꺼지도록 한다면 차량의 통행이 원만할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교통문화가 많이 발전해서 곧 자율주행자동차가 나온다고 한다. 이미 대도시나 세계적인 도시에서는 시운전에 들어갔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이고 대중화되려면 앞으로도 수년은 걸릴 것이다. 지금 당장 피부로 느끼고 있는 교통체제는 온 국민들(운전자들)의 개선 요구사항일 것이다. 잠깐의 신호조작으로 수많은 자동차의 운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관계당국에서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즉 오전 8시 전후해서는 현행대로 저속운행을 하고 그렇지 않은 오전 10시 이후부터 오후 2~3시까지는 규제를 해제해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그 후 다시 하교시간에 맞춰 저속운행을 한다면 모두가 좋을 것이다.

어린이와 학생은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보호가 과잉돼 교통질서가 순연돼서도 안 된다. 아예 자동차가 없다면 교통사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동차 운행은 해야 하고 당연히 학교 앞도 통행해야 한다. 현행처럼 무조건 시속 30km 이내 등으로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하겠다. 물론 학생이 등하교할 때는 신호위반 및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그러나 등하교 시간이 아닐 때에는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과감하게 속도제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관계당국에서는 우리 관내 학교 인근 교통망을 현지답사해서 그 조정의 필요성을 감지하고 실행했으면 한다. 운전자 대부분이 한목소리를 내는 학교 앞 감속운행의 개선을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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