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51]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요즘 세상인심이 한없이 얄팍하다고 한다. 몇 달 전에는 세 모녀가 극심한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바야흐로 21세기 선진국에 입성한 한국에서 일어난 슬픈 소식이었다. 그런데 홍천에 사는 이병길(66세) 씨는 자기 자신이 선천성희귀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불우이웃을 위해 많은 기부를 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흔히 기부라고 하면 재력이 넉넉하다든가 어떤 소기의 목적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금전적 도움을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허나 이병길 씨는 자기 몸이 불편함에도 그렇다고 재력이 넉넉한 것도 아닌데 수년간 세상이 알게 모르게 기부를 하고 있다. 본인은 시골의 농가 한 채와 텃밭 몇 백 평 읍내에 소형 주공아파트 한 채가 전재산이다. 특히 그는 태어날 때부터 불구의 몸으로 병은 있는데 병명이 없는 현대의학에서도 알 수 없는 병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던 그가 40세 되던 때 서울 유명 국립병원에서 정밀종합검진을 한 결과 현대 희귀병인 난치성장애(혈우병중증A)와 소아마비 중복장애를 진단받고 국가적 차원에서 무료치료를 30여 년간 받고 있다. 일종의 실험대상이기도 한 그와 같은 병은 홍천에는 없고 도내에는 20여 명에 불과하며 전국에도 2천 명이 채 안 된다고 한다. 지금도 매일 주사를 맞아야 활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전부터 기부운동을 하고 있다. 정부에서 주는 저소득생활보조금을 아끼고 생활비를 절약해 약간의 자금이 마련되면 바로 현금이나 쌀 생필품 등을 구입해 불우이웃을 돕는 단체나 행정기관 적십자사 등에 기부를 했다. 지금까지 100여 차례 이상 기부를 한 그는 정작 본인은 극빈자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불우이웃이나 불치의 환자들을 위해 기부를 한다. 최근에도 10kg 쌀 30포대를 홍천군장애인복지관에 전달했다. 요즘은 전담 요양보호사가 있어 그의 일상생활을 도와주고 있다.

이병길 씨는 두촌면 장남리 출신으로 시골의 농사를 짓는 집에서 태어났다. 그 후 홍천읍내로 이주 홍천군장애인협회에 가입해 열심히 참여한 결과 현재는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그는 몇 년 전 모친을 잃어 지금은 주변에 인척이 없는 혈혈단신으로 장애인협회에서 임원으로 있으면서 손재주가 좋아 조화 만들기를 배워 많은 곳에 선물을 하고 기증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대회에 참여해 수상도 많이 했다. 특히 기부를 많이 해서 이에 대한 상도 많이 받았다. 본인은 상을 받기 위해 한 것이 아닌데 오히려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쑥스럽다고 필자에게 말하곤 했다.

얼마 전에는 이병길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단체에 고질적인 부채가 있었는데 이것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본인 사망 후 장제비로 쓸 용도로 비축한 자금 기천만 원을 선뜻 내놔 회원과 임원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그 기관에서는 연차적으로 큰 부담 없이 원리금을 분할해서 갚기로 결의해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선행을 많이 하고 기부천사로 이름난 이병길 씨를 볼 때 필자는 한편으로 그 대단한 기부의욕에 감탄하고 또 한편으로는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라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몸도 성치 않고 재력도 많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 많은 기부를 했고 앞으로도 하겠다며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는 것을 보면 정말 우리지역에서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인물임을 말 안할 수가 없다. 그는 일기장에 “오늘도 나는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휠체어 바퀴가 돌아가는 소리에 꿈을 싣고 나눔과 봉사활동을 실천하리라”고 쓰고 “바람이 있다면 남은 인생을 외롭고 소외되고 병든 이웃과 장애인을 위해 지원군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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