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49]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인구는 총 5천2백만여 명(남한)이라고 한다. 이중 약 40%여 인구가 독신가구라고 한다. 이유는 어쨌든 이들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함께 살든 안 살든 가족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부와 명예와 권력은 한때뿐이지 그것이 지속적으로 평생 한 인간에게 부여되는 특권은 없다.

우리나라 최고 부자 중 한사람인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이고 세계에서도 굴지의 재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그 개인은 행복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지 않다. 부모는 아버지가 몇 년 전에 사망하고 홀어머니가 있다. 부인과는 이혼을 해 자녀는 결손가정에 속한다. 본인도 송사에 얽매였다가 얼마 전 특사로 풀려났다. 외롭지 않다고 단언할 조건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에 올랐던 미국의 스티브잡스도 우울증과 암으로 50대에 사망했다. 권력과 부와 명예를 함께 가졌다고 해서 행복을 다 가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얼마 전에는 역시 한국 재벌가의 부인인 한화그룹의 장손며느리가 60여세 초반에 미국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SK그룹 전 총수도 50대 후반에 사망했다. 모두가 타고난 숙명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홍천지역에서도 홍천성당 본당 주임신부님(61세)이 모 골프장에서 개인적 사고로 인해 선종했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우리 주변에는 현재의 생활에서 외로운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필자의 경우도 그렇다. 아내가 저세상으로 간지가 9년째이고 내가 잘 아는 지인동창들도 불과 몇 년 전에 남녀 중 어느 한편이 세상을 뜬 자들이 여럿 있다. 그들 삶의 방식 또한 천차만별이다. 혼자 사는 사람도 있고 재혼 또는 재재혼을 한 사람도 있다.

며칠 전에는 서울에 사는 학교선배(농고 2회)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인이 지난 8월 말에 작고했다는 슬픈 소식이다. 올해 77세라고 한다. 선배는 86세로 홍천농협은행 재직 시 첫 사내결혼을 한 커플이었다. 홍천에서 근무하다 서울로 발령을 받고 서울서 근무하다 정년퇴직 후 서울사람이 됐다.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모두 훌륭히 키워서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부인은 몇 년 전 발병했으나 고치지 못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는데 그 고통이 참으로 심한 것 같았다. 필자는 9년 전 이미 겪어본 일이다. 선배는 엄청난 충격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시간이 해결을 해준다. 즉 세월이 약인 셈이다. 장삿집에서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죽은 사람은 죽었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질 않나”라며 위로의 말들을 자주 한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다만 먼저 죽느냐 나중 죽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부부 중 어느 한사람이 죽으면 결국 한사람이 남는다. 둘 다 동시에 죽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리하여 남은 한쪽은 평생 외로움 속에서 나머지 세월을 보내야 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가족들이 한 가정을 이루고 다 같이 살았는데 지금은 핵가족이 되어 경제적 능력만 있으면 모두가 분가해서 산다. 가족애가 없다.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사는 게 생활화가 됐다. 이는 극도로 발전된 문명사회가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이다. 부모를 모신다는 개념 자체가 무너졌다. 맞벌이부부 이색 직업 등등 사회적 조건 역시 가정을 이룰 수 없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 외로움을 극복할 타개책은 없단 말인가?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면 동질감의 선택일 게다. 비슷한 여건의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서 삶의 구심점을 찾는 거다. 취미 활동을 함께 하고 옛 추억 속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하면서 같이 활동하는 거다. 부담 없는 만남으로 어떤 기대감과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다보면 이런 외로움은 비켜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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