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발효이야기

▲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주변을 둘러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풀들 중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약초의 활용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보면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가진 질경이 역시 훌륭한 명약이라고 할 수 있다.  질경이는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인 5~6월에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우며 이 시기가 채취하기에도 가장 좋은 시기이다.

질경이는 깊은 산속 보다는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로 소의 귀 모양을 하고 있다. 예로부터 길가에서 자란다 해서 '길경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숱하게 밟혀도 질기게 잘 산다고 하여 질경이라고 불렸다고도 한다. 한의학 본초에서는 질경이의 잎과 줄기를 '차전초(車前草)', 씨앗을 '차전자(車前子)'라고 부르며 약으로 썼다.

이름에서도 잘 알 수 있듯 차전초는 길가의 수레바퀴 앞에서 자란다고 하여 불리는 이름인데 유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전해진다. 옛 중국 한나라에 마무라는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가는 길에 사막에 이르자 풍토병과 굶주림에 병사들이 많이 죽고, 타고 온 말도 피오줌을 누면서 한 마리씩 쓰러져 나갔다.

그런데 말을 관리하는 병사가 병든 말들을 풀어 주었는데 3일쯤 지나자 말들이 생기를 되찾아 말 관리 병사가 자세히 살펴보니 어떤 말이 세워 놓은 전차 앞에서 돼지 귀처럼 생긴 풀을 뜯어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병으로 신음하는 병사들에게 그 풀로 국을 끓여 주었는데 놀랍게도 모두들 생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마무 장군이 그 풀의 이름을 지었는데 "수레바퀴 앞에서 말이 풀을 뜯었다" 해서 차전초(車前草)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5월이면 질경이에 연한 잎이 돋는데 이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데쳐먹거나 잎을 쌈으로 해서 먹어도 좋다. 질경이로 김치를 담그면 숙성이 되면서 그 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 6~7월에는 잎과 줄기를 말려 효소나 술을 담그기도 하고, 말려서 차로 달여 마시면 좋다.

차전초 즉 질경이의 잎과 줄기는 어혈을 풀어주고 코피를 멈추는데 많이 쓰인다. 또한 간에 열이 몰려 눈이 충혈 될 때 쓰면 간의 열을 내려줘 눈이 밝아지고 간의 열로 인한 아토피성 피부질환에 좋으며,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차전자에 대해 "성질은 차고 맛이 달고 독은 없다. 소변이 잘 나오게 해 주고 소변이 찔끔찔끔 나오는 것을 통하게 해 준다. 눈을 밝게 하고 간의 풍열, 눈이 붉고 아픈 것, 장예를 없앤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차전자로 알려진 질경이 씨앗의 전통적인 효능은 이뇨제이다.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증상에 주로 쓰이며, 신장과 방광, 요도, 전립선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다이어트로 더 많이 알려진 듯하다. 차전자 피는 수분을 자신의 무게보다 약 40배 이상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포만감을 유발하고 장내 유익균에 도움을 주어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로 인하여 변비와 설사의 치료에도 동시에 효능을 보인다.

질경이 씨앗은 한 번 볶아서 가루를 내어 샐러드 드레싱이나 요거트에 섞어서 먹으면 좋다. 다만 본초학적으로 냉성 약초에 해당하기 때문에 평소 손발이 차고 장이 예민한 체질은 주의가 필요하다. 차전자가 들어간 방제 중에 예로부터 남성에게 많이 쓰였던 오자환이 있다. 원래 이름은 오자연종환이며, 구기자와 복분자, 토사자, 오미자, 차전자 등의 다섯 가지 씨앗으로 구성된 한방 방제이다. 예로부터 정력을 높여주고 불임증에 쓰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알려져 있다.

한약재 중에 자로 끝나는 이름을 붙인 한약재는 대부분 씨앗으로 이루어진 본초로 다음 세대를 이어갈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생식능력을 강화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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