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발효이야기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봄의 전령사 산수유는 이른봄 3월이면 노란꽃을 피운다. 산수유꽃이 장관인 전남 구례에서는 매년 3월에 산수유꽃 축제가 열린다. 가을의 산수유는 빨간색의 예쁜 열매가 달리는데 이 산수유 열매의 씨를 제거한 과육이 약으로 쓰인다.

산수유 하면 “남자에게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예전 천호식품의 산수유 제품 광고문구이다. 당시 그 제품이 식품으로 분류돼 있었던 까닭에 제품의 효능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어 법망을 피해 교묘하게 표현한 광고문구인데 오히려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산수유 제품은 그 회사의 효자상품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문구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사실은 남자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여자에게도 당연히 좋다. 그런데도 남자와 정력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은유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들여 성공을 거둔 광고였다.

산수유는 <신농본초경>에도 수록된 약재로 오랜 역사를 가진다. 산수유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 왕이 목디스크 쪽이 좋지 않았는데 어느 날 산에서 내려온 사람이 산유라는 붉은색 열매를 공물로 바쳤다고 한다. 그 열매를 끓여 마시고 씨를 베개에 넣어 베게 하니 병이 싹 사라지게 되었고 왕은 기뻐하여 공을 치하하였다고 하는데 산유라는 붉은 열매가 산수유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수유의 유래는 약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중국 산동성에 사는 처녀가 구례군 산동면으로 시집올 때 처음 가져다 심은 게 최초의 우리나라 산수유나무라고 한다. 그 이후 구례 산동면은 산수유 마을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산수유는 열매를 수확 후 열매의 과육과 씨를 분리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마을 처녀들이 입에 산수유 열매를 넣고 앞니로 씨와 과육을 분리하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오랜 시간 이 작업을 반복해서인지 앞니가 많이 닳아 있어 다른 지역에서도 산동처녀는 쉽게 알아보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처녀들은 보기 힘들어졌고 주로 할머니들이 그 일을 맡아서 하는데 입으로 하기보다는 도구를 사용하여 좀 더 편리하게 분리한다. 산수유의 씨앗에는 코르닌과 렉틴성분의 독성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반드시 씨를 제거하고 섭취하여야 한다.

산수유는 성질이 따뜻하며, 맛은 시고 약간 떫으며 독이 없다. 간과 신장으로 귀경한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산수유의 효능은 “신을 보하고 정을 보태준다. 신을 따뜻하게 하고 정기를 새지 않게 한다. 오줌이 술술 자주 나오는 것을 멎게 하고, 노인이 오줌을 시도 때도 없이 누는 것을 치료한다.”

산수유는 음의 기운을 왕성하게 하고 신장의 기운을 보해주며, 성기능을 높여준다. 신장이 약해 발병하는 허리통증과 무릎을 보한다. 신장의 양기가 허해서 발생되는 야간의 잦은 소변, 식은땀에 효과가 있고, 기력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산수유는 주로 신허의 처방에 쓰인다.

산수유가 들어가는 대표적 한방처방으로는 육미지황환, 공진단, 오자환등이 있다. 육미는 장중경의 금궤요락에서 기원하며 노인들의 대중적인 증상인 신허증상의 치료제로 오늘날까지도 많이 처방되는 대표적인 명방이다. 육미의 재료로는 숙지황, 산수유, 산약, 복령, 택사, 목단피 이렇게 6가지가 들어간다.

공진단은 원나라의 명의 위역림이 만들어 황제에게 바쳤다고 하여 알려진 명방 중의 하나이다. 공진단은 사향, 녹용, 산수유, 당귀 이렇게 4가지 재료만을 가지고 만들어진 보약이며 심장의 기운과 신장의 기운이 잘 순환하게 하는 수승화강의 묘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자환은 주로 남자들의 강장제로 쓰인다. 산수유, 오미자, 토사자, 복분자, 상심자를 말려서 가루 내어 환으로 만들었다. 오자환의 재료로 술로 담그기도 하는데 이 술을 오자주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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