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발효이야기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보이는 잡초 같은 약초 중에 소엽이 있다. 들깨와 비슷하여 모양으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으나 향과 색으로 구분된다. 소엽은 꿀풀과의 ‘차조기’ ‘차즈기’ 등으로 불리며 보라색을 띄고 있다고 자소엽(紫蘇葉)으로 불리는데 통칭해서 소엽 또는 자소라고도 부른다. 들깨와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지만 줄기와 잎이 보라색인 점이 들깨와 자소가 다른 점이다. 둘은 사촌지간 식물들이다. 자소엽과 대비해서 들깨를 청소엽(靑蘇葉)이라고도 부른다.

소엽의 소(蘇)라는 단어는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켜듯이 막힌 기운을 펼친다는 의미가 있다. 즉 기와 혈을 잘 통하게 하는 발산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이 원산인 소엽은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에서 자란다. 논밭, 들판, 인가 부근에서도 잘 자라며 번식력이 좋아서 뽑아내도 주변으로 자꾸만 퍼진다. 자소엽은 고려시대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자소엽은 보라색이 진할수록 약효가 좋으며 잎의 뒷면까지 보라색이 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특히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한 자소엽이 약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소엽은 본초학에서 해표약(解表藥)으로 몸에 한사가 침입하여 생기는 오한, 발열 등의 감기증상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이기작용도 있어 윗배가 더부룩하거나 구토 등 체기에도 쓰인다. 소엽은 뛰어난 효과에 비해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특히 태아에도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임산부가 복용이 가능한 해표약이다. 사물탕에 소엽과 진피를 추가한 안태음 이라는 처방은 임산부의 태아를 안정시키는데 쓰인다. 동무 이제마 선생은 증상이 가벼운 초기의 해표약과 소음인의 해표약으로 소엽을 쓴다고 하였다. 실제로 이제마 선생은 소엽을 즐겨 처방한 걸로 알려져 있다.

소엽이 들어간 대표적인 처방으로 소음인 감기에 주로 쓰이는 곽향정기산과 향소산을 들 수 있다. 특히 곽향정기산은 허준을 비롯한 많은 의원들이 여름철감기, 배탈 등에 만병통치약처럼 두루 처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 외 자소엽이 들어가는 처방으로 허약한 사람이 감기에 걸려 발열, 두통, 기침, 조열(潮熱), 구토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쓰는 삼소음(蔘蘇飮)이 있다.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자소(紫蘇)에 대해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매우며[辛] 독이 없다. 명치 밑이 불러 오르고 그득한 것과 곽란, 각기 등을 치료하는데 대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일체 냉기를 없애고 풍한 때 표사(表邪)를 헤친다. 또한 가슴에 있는 담과 기운을 내려가게 한다. 밭에서 심는다. 잎의 뒷면이 자줏빛이고 주름이 있으며 냄새가 몹시 향기로운 것을 약으로 쓴다.

자줏빛이 나지 않고 향기롭지 못한 것은 들차조기(野蘇)인데 약으로 쓰지 못한다. 잎의 뒷면과 앞면이 다 자줏빛인 것은 더 좋다. 여름에는 줄기와 잎을 따고 가을에는 씨를 받는다. 잎은 생것으로 먹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생선이나 고기와 같이 국을 끓여 먹으면 좋다”라고 기록한다.

소엽의 종자를 소자라고 하며 역시 약재로 이용한다. 소자는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으로 분류된다. 강기소담(降氣消痰), 평천(平喘), 윤폐(潤肺), 윤장(潤腸)의 효능이 있어 해수천식이나 변비 등을 치료한다. 소자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처방이 천식에 주로 처방하는 소자강기탕(蘇子降氣湯)이다. 소엽은 특히 강한 항균작용이 있어 식중독 예방에 도움이 되는 향신료이다. 자소엽을 심으면 파리, 모기 같은 해충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하여 집 주변이나 마당 공터 등에도 많이 심기도 한다.

소엽의 잎은 쌈 채소나 향신료로 이용된다. 잎은 들깻잎처럼 날것으로 먹고, 된장이나 간장에 절여 반찬으로 먹기도 하며, 생선회에 양념으로 쓰기도 한다. 송송 썰어 비빔밥에 넣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깻잎을 먹지 않는 대신 소엽을 식재료로 많이 이용한다. 초밥, 도시락 등 여러 음식에 많이 들어간다. 우리가 들깻잎으로 생선회나 고기를 먹을 때 싸 먹는 이유도 들깻잎이 자소엽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씨에서 짠 기름은 강한 방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여름철에 수확한 어린잎이나 부드러운 꽃대를 그늘에 말려 따뜻한 물로 녹차 우리듯이 우려내면 향과 맛 그리고 색까지 겸비한 멋진 자소엽차가 된다. 기분이 우울하고 몸이 찌뿌듯한 무게감을 느낄 때는 자소엽차가 그만이다.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켜듯이 우울감은 떨쳐내며 날아가듯 상쾌한 기운을 느껴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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