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20]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강정식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 심사위원

겨울 뒤에 숨었던 봄이 다시 찾아오고 있다. 주변에 봄소식을 알려주는 증거는 많다. 먼저 담장 밑의 이름 모를 새싹들이다. 원래는 야생풀마다 그 이름들이 다 있건만 내가 미천해서 그렇다. 민들레나 냉이 달래 씀바귀 꽃다지 등 흔히 부르는 것 몇몇을 빼고는 그 이름들을 모른다. 정남향에 바람도 스쳐가는 곳은 벌써 새파란 잎들이 뾰족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홍천성당 돌계단 옆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 이제 며칠 있으면 황홀하도록 멋진 개나리꽃 군상을 이룰 게다. 그렇게 되면 벌 나비들이 온통 제 세상을 만난 듯 잔치를 벌일 것이다. 이 돌계단 옆 개나리는 유난히도 예쁘다. 4~50여 년 전 막내 딸아이가 이 개나리 옆에서 노란 상의와 녹색 하의를 입고 사진을 찍은 것이 잘 나와 유명세를 탄 적도 있다.

긴 겨울동안 웅크리고 있던 몸과 마음들도 쭉 펴고 새로운 계절을 반갑게 맞아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의 나라다. 몇 년 전만 해도 겨울은 삼한사온이라고 해서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삼한사온이 없어졌다. 지난겨울에도 역시 그랬다. 요즘은 입춘이 지났는데도 꽃샘추위가 옷을 파고든다.

하지만 절기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아무리 조석으로 춥다 해도 햇볕이 나면 따스한 온기가 세상을 다 녹인다. 이에 질세라 새들도 활기차게 날아오르고 나무들은 나뭇잎 틔우기에 여념이 없다. 벚나무 뽕나무 복숭아나무 아카시아나무 등이 제각기 기지개를 펴며 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도 괜히 설레고 가슴이 뿌듯해진다. 유아들은 난생 처음 공동체생활인 어린이집에 가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고 청소년들은 한 학년씩 올라가는 시기이다. 하지만 지나간 2년은 코로나19로 암울하게 지나갔다. 새봄과 더불어 하루속히 없어져야 할 문제들이다.

일주일 후인 3월 9일은 대선이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로 여와 야가 사생결단으로 맞붙었다. 누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느님도 부처님도 모른다. 국민들이야 누가 되든 나라만 잘 운영하면 된다. 선거운동기간동안 그 많던 네거티브들도 선거가 끝나면 아침이슬이나 봄눈처럼 없어지리라 믿는다. 작년에 실시했던 서울시장 선거도 그러했다. 다만 선거운동 방식에 있어 국민들이 납득하고 신선하고 신명나게 했으면 한다. 선의의 경쟁으로 멋진 한판을 하고 선거 뒤 패자는 승자에게 승복하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는 아름다운 선거로 끝났으면 한다.

다시 찾아온 올봄에는 할 일들이 참으로 많다. 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은 취업을 하고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창업도 해야 한다. 필자처럼 현직에서 물러난 지 수년 된 지금 이제 안락의 세월을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을 찾아 지속적으로 지향해야 하고 삶의 새 불씨를 살려 잊고 있던 행복도 다시 찾아야 하겠다.

봄이 주는 의미는 모든 게 새롭다. 나무의 잎이 떨어졌다가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난다. 혹한의 겨울을 언제 보냈냐는 듯이 잎이 피고 꽃이 필 것이다. 사람도 다를 바가 없다. 지난날 힘들었던 일 고생했던 일 감격했던 일들은 훌훌 털어 강물에 떠내려가는 얼음덩이에 실려 보내고 현재와 미래의 설계 속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서로가 다 다를 것이다. 농촌에서는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고 도시에서는 도시인에 맞는 봄맞이가 있을 것이고 청춘들은 그들만의 빛나는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아름답다. 생기가 돈다. 만물이 소생한다. 더욱이 올 2월에는 2자가 12번이나 들어가는 행운의 날도 지났다. 2022년 2월 22일 22시 22분 22초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제 2자가 12번이나 있는 날은 영원히 없고 다만 천년 후에 3자로 끝나는 날만 있을 것이다. 이런 행운의 날을 보내고 맞는 새봄에 독자들께서도 많은 복을 받았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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