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했다. 미군 철수와 때를 맞춰 탈레반이 정부군을 공격해 마침내 수도 카불을 점령했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은 긴급히 돈 보따리를 챙겨 이웃 나라로 도주했다. 탈레반의 집권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인파로 공항이 한때 마비되었고 심지어 비행기에 매달렸다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으로 인권침해가 매우 심각한 조직이다. 특히 여성들은 인간으로서의 대우가 아니라 아이 낳는 기계 또는 성적인 노리개 정도로 취급이 되는 지구촌에서 매우 미개한 집단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종교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반인권적 행태로 국제사회에서 크게 비난받고 있다.

미국 9.11테러 주범 알카에다의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해 시작된 탈레반 퇴출 작전은 세계 최강 미국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탈레반 세력을 축출한 후 민주정권을 세우고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미군도 주둔하면서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정부군을 지원해 왔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군을 추진했다. 이에 탈레반은 조직을 강화하고 나태해진 정부군이나 안이한 공무원들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세력을 확충하며 점차 점령지역을 확대해 갔다. 정부군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탈레반에게 쫓기다 항복하는 신세가 됐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전한 가장 큰 원인은 베트남의 민족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외세에 잦은 침략과 지배를 받으면서 어떻게 해서든 민족이 똘똘 뭉쳐 외세를 물리쳐야 한다는 정신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다. 낮에는 미군에 협조하고 밤에는 베트콩 활동을 하는 탓에 피아 구분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베트남에서 얻은 교훈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군으로부터 받은 엄청난 재정과 무기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들이 탈레반에게 넘겨준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입증한다. 탈레반을 완전하게 척결하지 않은 것이 불씨가 되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가장 큰 직접적인 원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미군 철수 방침이었다. 미국은 세계 각국의 평화와 질서 유지에도 진력을 기울이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한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미군 주둔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상황을 멈추기 위한 용단이었지만 탈레반에게는 정권 탈환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됐다.

우리나라에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평화와 한반도의 평화, 무엇보다도 동맹국 지위의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철군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리가 미국의 힘에 의존해 나라의 안녕을 지킬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 강력한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북한은 핵을 개발해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제외하고 남북한만의 군사력을 비교한다면 병력의 숫자, 핵무기 등에서 대한민국이 불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군이 없더라도 충분히 북한군을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을 갖춰야 한다.

한반도는 같은 민족이면서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각각의 나라 체제를 갖추고 대립하며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북한 공산당 체제의 비인간성을 알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국민적 정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북한의 체제를 찬양하는 종북 세력이 남쪽에도 있어 걱정이다. 내 나라는 내가 지켜야지 남이 지켜주지 않는다.

위기 속에서 가장 빛이 나는 것은 질서다. 한꺼번에 공항 활주로로 몰려든 아수라장의 혼란으로는 비행기에 제대로 탑승할 리 없고 비행기가 이륙할 수도 없다. 비행기 바퀴에 매달렸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모습에서 무질서의 극치를 있는 그대로 목격했다. 질서가 왜 아름다운 것인지 아프간에서 반면교사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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