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예로부터 비위는 후천(後天)의 근본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장기였다. 비위의 기능이 무너지면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소화가 되지 않아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조선시대 왕들의 대표적인 질병이 위장병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위장에 탈이 나는 이유는 스트레스와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인데 왕들은 정쟁에 시달리고 독살이나 반역 등 온갖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이 원인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조선시대 왕들은 위장과 관련된 약들을 많이 복용했다. 그중에 스트레스와 비위의 두 가지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약이 구선왕도고(九仙王道糕)이다. 구선왕도고는 그 성분으로 볼 때 약보다는 식치음식에 가깝다. 먹기 편하고 맛도 좋아서 간식처럼 즐겨 먹었다고 한다. 

구선왕도고는 복령, 산약, 연꽃의 씨인 연자육, 엿기름인 맥아, 일명 까치콩으로 불리는 백편두, 가시연밥인 감인, 곶감의 분말인 시상, 단맛을 내는 사당(설탕,꿀),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는 율무에 멥쌀가루를 섞어 내려 찐 약이성 떡이다. 떡으로 먹기도 하고 떡을 말려서 가루 내어 미숫가루나 죽으로 끓여서 먹기도 한다.

세종시대 '식료찬요'를 집필한 어의 전순의가 성인병에 시달리는 세종을 위해 올렸다고 알려진 것이 구선왕도고이다. 인조가 국상으로 체력이 쇄진했을 때도 신하들은 기력보양 차원에서 구선왕도고 진어를 청했으며 숙종 32년 8월 재상인 윤증이 위중하였을 때 숙종이 보낸 어의가 윤증의 치료약으로 구선왕도고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監), 1610>에는 "정신을 기르고 원기를 도우며,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하고 밥맛을 좋게 하며 허손(虛損)을 보하고 기육(肌肉)이 생기게 하며 습열(濕熱)을 제거한다. 신장의 기운을 북돋아 원기회복과 면역기능을 길러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규합총서1815>에는 “복령·연자육·산약·의이인(율무) 각 넉냥·맥아초·능인·백변두 각 두냥·상 일냥·사당 이십냥을 가루로 만들어 쌀가루 닷 되에 한데 섞어 떡을 쪄서 널라. 마르거든 찧어 죽을 쑤어 먹으면 보위, 익기하여 노인에게 마땅하고, 켜를 안쳐 떡을 쪄먹으면 맛이 달고 향긋하여 매우 아름답고 원기를 보하며, 볶아 미시를 만들어 꿀물에 타먹으면 갈증이 풀린다” 라고 설명되어 있다.

구선왕도고를 대표하는 약재로는 복령을 들 수 있다. 복령(白茯笭)은 소나무의 뿌리에서 자라나는 것으로 소나무의 맑은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약재이다. 복령은 이수(利水)작용으로 몸속의 불필요한 노폐물을 배설하고 담음을 제거하여 심신(心神)의 안정과 비위에 좋은 약초이다. 2천 년 전 신농본초경에 이미 복령을 오래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신력이 강해지며 배가 고프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복령은 원지, 석창포와 함께 총명탕의 주 재료이다. 그 외에도 복령은 경옥고, 사군자탕, 십전대보탕, 보중익기탕 등 보약에 가장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약재 중 하나이다. 복령은 오랫동안 물로 끓여도 약성분이 잘 우러나지 않는다. 옛날부터 복령을 종이처럼 얇게 썰어서 쓰거나 가루로 만들어 썼다.

송나라의 문장가인 소동파는 복령을 가루 내어 떡을 만들어먹고 천재가 되었다고 한다. 소동파는 복령의 약효와 복령떡 만드는 법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복령의 껍질을 벗긴 뒤에 가루를 내어 꿀을 조금 넣고 참깨와 함께 아홉 번을 쪄서 떡을 만들어 먹으면 날이 갈수록 기력이 늘어나고 백가지 병이 저절로 없어지며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홍천은 기후적으로 복령이 자라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야생복령의 주산지이다. 최근에는 복령 재배도 하고 있다. 필자는 지역의 약초 채취하는 분을 통해 매년 겨울이면 복령을 많이 구입해서 말려놓고 일 년 내내 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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