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백색전화란 용어는 6~70년대 초 개인전화를 일컫는 말이다. 말 그대로 개인전화인 만큼 타인과 사고팔 수도 있고 자녀나 친·인척에 줄 수도 있다. 그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는 전화기다. 상대적으로 공공전화는 그 소유가 우체국(당시 체신부로 전화국이 포함돼 있었음)에 있었다. 이를 사람들은 백색전화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청색전화라고 했다. 

백색전화는 값이 매우 비싸고 청색전화는 보증금만 내기 때문에 저렴했다. 하지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다. 순번대로 하든가 전화국에 인맥이라도 있어서 이주로 반납하는 경우가 아니면 힘들었다. 신규 설치는 더욱 힘들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는 70년대 초 신장대리에 거주할 때 전에 살던 집주인이 이주를 하는 덕에 백색전화를 판다고 해서 구입해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전화기가 세상에 나온 지는 백여 년이 훨씬 넘었다. 1871년 영국의 과학자 그레이엄 벨이 세계 최초로 자석식 전화기를 발명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 때 각국의 공사관과 통화한 것이 최초가 아닐까 유추된다. 백색전화의 특징은 전화 고유번호를 늘 갖고 다닐 수 있다는 것과 언제든지 고액을 받고 매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종의 재산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전화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제작도 많아져 청색전화 공급이 급속도로 늘고 백색전화는 위축되기 시작해 지금은 아예 청색 백색이 없어지고 모든 전화가 개인기기가 됐다. 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시대로 가정이나 직장에서까지도 일반전화는 점점 그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실정이다. 

전화에 대한 이야기는 초창기에 참으로 많았다고 한다. 가느다란 철사줄을 타고 먼 데까지 말소리를 전하니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한 마을에 전화 한 대만 있어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고 전화가 있는 집은 그 유세도 대단했다. 지금은 집집마다 전화가 다 있고 핸드폰도 거의 다 가지고 있다. 

이번 개각에 국토건설부장관이 교체됐다. 임기동안 24번의 주택대책을 내놨던 김현미 장관이 퇴임을 하고 새 장관에 변창흠 LH주택공사 사장이 내정됐다. 아직 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있으나 마나한 청문회는 형식적으로 보고 앞으로 그의 주택정책이 예사롭지 않다. 그가 말하고 있는 대표적 정책으로는 공공주택을 많이 짓고 전세기간을 3+3으로 6년으로 한다는 것이다. 다 좋다. 그러나 그 추진내용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예컨대 전세를 법으로 6년으로 정하면 과연 전세물량이 그만큼 나오느냐가 문제다. 

공공주택 건설은 우선 그 부지로 지상의 철도 시설물을 지하에 넣고 그 자리에 임대주택이나 분양주택을 짓겠다는 거다. 지상의 철도부지는 대부분 공유지나 국가 소유로 건물을 짓게 되면 아파트 소유가 반반 되는 셈이다. 즉 토지는 국가 것이고 건물은 민간 것이다. 100% 사회주의 제도다. 중국의 현실과 똑같다. 사는 데야 지장이 없겠지만 소유의 개념과 재산적 가치를 중시여기는 한국인의 실정에 맞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아파트의 수명은 대략 5~60여년이다. 물론 특별히 잘 지은 것은 그 이상 갈 수도 있겠지만 감정평가에서 적용하는 수명은 그렇다. 한 세대가 살다 가면 맞는 기간이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재건축이나 다른 용도로 쓰일 것이다. 이는 아주 먼 훗날의 얘기지만 반드시 올 것만은 사실이다. 아파트(주택) 공급정책은 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야 한다. 아파트가 백색전화의 수난을 겪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는 의식주에 있어 집만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소란도 하루 빨리 잦아들고 안정된 주택정책이 수립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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