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역사적으로 숱한 외적의 침략이 있었다. 36년간 나라 잃은 설움을 겪기도 했으나 외적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선열들이 피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냈다. 특히 유월에는 민족상잔의 6.25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공산당의 적화통일 위기로부터 마침내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지난주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국권을 잃었던 일제 36년간이 가장 치욕적인 역사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일제강점기에 국권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곳곳에서 의병이 불꽃처럼 일어났다. 잘 갖춰진 정규 군대에 비해 초라할 수밖에 없는 의병들은 오직 나라 사랑이라는 투혼 하나만으로 적에 대항했다.

 우리 고장 홍천에도 의병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한갑복 의병대장과 의병 스물두 명은 동면 노천2리 가래골에서 일본군과 총격전 끝에 모두 산화하는 전투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의병 활동에 비해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역사는 승전만 기록하는 병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투는 손자병법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리한 전투나 패전한 전투 모두 전사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죽은 병사의 생명은 이긴 쪽이나 진 쪽 다 같이 소중하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자의 죽음은 칭송받으나 패자의 죽음은 기억조차 되지 않는다. 역사 속에 묻혀 버린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을 지역주민들이 민간인을 중심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정부로부터 건국훈장을 수여받았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동면 성수리 47-8번지에 의병대장 한갑복과 22인의 의병을 기리는 추모탑을 세웠다. 추모탑 주변에는 추서된 훈장석과 추모헌시탑이 서 있다. 모두 국가가 아닌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 건립한 탑들이라 그 의미가 새롭다.

 원주감영 진위대 소속이었던 한갑복은 한국군대 해산 직후 동면 덕우 마을에서 고문 안응순, 책사 이병두, 연락책 김춘선 등 수백 명으로 의병을 구성하여 홍천은 물론 양평의 지평, 원주, 횡성, 평창, 강릉 등에서 왜병들에게 치명타를 가해 오던 중 동면 화방마을 가래골에서 숙영하던 중 일본군의 기습으로 한갑복 대장과 의병 22명이 모두 장렬하게 산화했다.

추모 헌시의 내용은 “을사, 정미로 거듭된 일제 찬탈에 저항하여 분연히 떨쳐 일어선 한갑복 의병대장이시여! 의병 22인의 용사들이시여! 국권을 잃은 암울한 조국 하늘의 먹구름을 거둬주신 고마운 충혼들이시여! 임들이 다져 놓은 초석 위에 우리는 번영의 횃불을 밝혔습니다. 거룩한 충혼들이시여! 천세 만세 호국의 수호신으로 길이길이 이곳에 안식하소서” 이다. 

 지난주 6월 1일 동면 성수리에서 한갑복 의병대장과 22인의 의병에 대한 추모식이 있었으나 참석한 내빈들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같은 시간에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의병기념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면장, 지역 출신 도의원, 군의원, 부녀회장을 제외하고는 기관, 사회단체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해는 되나 선열들에게 부끄러웠다. 

 내년에는 성대하게 개최돼 나라 사랑 충혼들의 넋이 충분히 위로받길 기대해 본다. 행사의 품격은 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 또는 참석하는 내빈의 직급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국가가 정한 의병 기념일에 우리 고장에서 산화한 의병추모식은 면이 아닌 군이 주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는 홍천문화원에서 주관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국가관을 염려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보다 ‘나’를 중시여기는 풍토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청소년 시절부터 나라 사랑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실에서 교과서를 통한 이론적인 교육보다 현장에서 참여하고 체험하면서 실시하는 교육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나라 사랑의 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추모식에 학생 참여도 필요한 이유다.

 주지하다시피 홍천은 나라 사랑 무궁화의 고장이다.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 보급, 서석의 동학전투, 내촌면의 동창만세운동, 동면 성수리의 민씨 형제의 만세운동, 한국전쟁의 말고개 전투, 삼마치 전투 등과 같이 잘 알려진 역사도 소중하지만 한갑복 의병대장과 스물두 명의 의병들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선열들의 애국 혼도 후대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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