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2003년도형 뉴 소나타 EF 2천cc 중형 승용차다. 주행거리 9만km에 타이어를 1개월 전 갈고 종합검사 역시 3개월 전에 받았다. 지금부터 7년 전 며느리가 시집오면서 시아버지인 나에게 선물한 차다. 주행거리로만 보면 사용연한 40만km로 볼 때 9만km로 아직 20% 남짓 밖에 안탔다. 허나 연수로는 꽤 오래된 구형이다. 큰 사고도 없었고 문짝이나 라이트 등 일부 교체와 수리를 해서 아직은 꽤 탈만하다. 그런데 필자가 승용차를 새로 구입하게 돼서 지금까지 타던 차를 부득이 처분하게 됐다. 

원래 폐차공장에 맡기면 고물 값으로 30만 원을 주고 중고차매매회사에 넘기면 4~50만 원을 쳐준다고 한다. 그들 중고매매상사에서는 이런 차를 찾는 손님이 간혹 있고 없으면 중동이나 동남아에 수출용으로 넘긴다고 한다. 필자는 이 차를 17년간 직접 몰았으나 최고로 멀리 간 거리가 동해안 정도이고 양평 쪽과 원주 춘천이 고작으로 주로 홍천읍내나 군내 일원에서만 타고 다녔다. 

차 성능이 아무리 쓸 만하면 뭐하는가. 차의 나이가 다 됐는데 말이다. 하긴 도로의 그 많은 승용차 중 필자의 차종을 본다는 건 쌀에 뉘 보듯 어렵다. 2003년 당시만 해도 현대자동차의 뉴 소나타 EF 골드하면 중형차에서는 빠지지 않는 좋은 신형에 속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더 좋은 차들이 계속 생산되고 하니 구형 차들은 자꾸 뒤로 밀리게 마련이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소형차나 생산년도에 관계없이 오래도록 자가용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유달리 신차 구입이 왕성하다고 한다. 하긴 좋은 신형 차를 갖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다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유별나다고 한다. 남의 시선을 아무리 안 느끼려 해도 주변에서 농담하길 “OO형께서도 저 O차 버리고 새 차 사세요”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 어떤 때는 농담이 진담으로 들리는 것 같아 웃으면서도 기분은 좀 씁쓸했다.

이 세상사 제 멋에 산다고 하지만 내가 타는 승용차도 아직은 탈 만한데 꼭 바꿔야 할지 그대로 타야 할지를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서울 사는 아들내외(특히 며느리)가 새 차를 사란다. 이유는 6월에 필자의 생일이 있는데 생일 상차림을 안 한다니 차라도 신형으로 구입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좋은 그랜저 정도로 말이다.

필자는 애들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소나타 최신형(현재 공장에서 조립 중)으로 구입하되 하이브리드(전기 겸용)로 계약을 했다. 하이브리드 휘발유 겸용은 우선 기름이 덜 먹고 중형차로 괜찮다는 중론들이다. 필자는 30여 년 운전경력에 아직까지 소나타만 몰아봐서 운전하는데도 편할 것 같아 이 차를 구입하기로 했다. 17년 동안 원근거리를 마다않고 내 발걸음이 돼준 차를 넘기려니 아쉽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대여섯 번째의 자동차 생산국이며 수출국이다. 불과 50여 년 전에 자동차공장이 세워져 그동안 눈부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세계 시장에 우뚝 선 자동차 수출국가다. 6.25 한국전쟁 당시 3년간의 전쟁을 휴전으로 대신하고 미군으로부터 중고나 폐차 수준의 자동차를 제공받아 오직 망치와 집게로 철판을 두들겨서 버스도 만들고 승용차(시발택시로 지프차형)도 만들었다. 

자동차 만드는 기술은 이미 70년 전에서부터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중공업이 발전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공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현대 기아 대우 쌍용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회사들이 생겼고 수만 개의 부품을 만들기 위해 역시 수천이 넘는 부품공장이 세워졌다. 세계 일류 자동차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필자의 차가 폐차공장에서 고물로 분해되지 않고 국내로 팔리거나 해외로 수출되어 누군가 구입해서 사용하더라도 큰 사고 없었던 차로 만족하게 하고 새 주인을 맞아 그의 소임을 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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