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을 하며 세권의 책을 출간했다. 이번 교직의 끝자락에서 세 번째 책을 출간했다.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은 궁색해지는 상황이 오면 ‘그런 말 안했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활자화된 글은 ‘내가 안 썼다’라고 할 수 없다. 여하튼 세권의 책을 쓰고 보니 남들이야 뭐라 하던 나 스스로는 ‘작가’라 할만하다.

첫 번째 처녀작인 ⌜도전 그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책을 지금 보면 웃음이 난다. 이것도 책이라고 만들었나 싶을 정도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제자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만들어간 사례들을 모았으나 오탈자가 수두룩하다. 책은 내용만큼이나 편집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두 번째 책은 ⌜체력은 최고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책이다. 처녀작보다는 편집, 구성, 내용면에서 훨씬 진일보한 책이다. 체육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런저런 지면에 기고했던 글들을 묶어 출간했다. 체육교사로 근무하고 교감 승진을 하면서 후배 체육교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책이다.

이번에 발간한 세 번째 책은 ⌜딸에게 주는 아빠의 편지⌟이다. 교직생활로 딸들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출간했다. 처음 제목은 ⌜딸을 위한 아빠의 기도⌟라고 했었으나 다소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는 지적에 제목을 바꿨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들로 채웠다.

내가 살아온 시대는 농경사회와 산업화를 거쳐 지식정보화시대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4차 혁명의 인공지능시대다. 아날로그시대에 경험한 삶의 지혜가 디지털시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시대상황을 뛰어넘어 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는 것이다.

나는 내 딸들만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면 책을 출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딸들을 앉혀 놓고 말로도 충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은 이 세상의 모든 딸들 즉, 여성들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나는 홍천신문에 매주 글을 한편씩 쓴다. 20여년 가까이 쓰고 있으니 가히 칼럼리스트라고 불릴만하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칼럼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기도 했지만 질책과 원성도 들었다. 내가 쓴 글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분들이 계셨던 모양이다.

내가 홍천신문에 기고한 글이 서울의 유명 논술학원 교재에 실리기도 했었다. 직접 써준 글은 아니지만 내 글이 논술교재에 실렸다는 그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고 큰 영광이었으며 기쁨이었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힘들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책에서 향기가 난다.

글쓰기는 독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지독하리만큼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면서 독서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여하튼 그래서 그런지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동원할 수 있는 단어나 어휘가 한정되어 있다. 독서를 하면서 글을 쓰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나는 글 쓰는 것을 가르치는 교과의 선생님은 아니었다. 신체활동을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체육교사였다. 체육교사를 하면서 스포츠 장면에서 형성된 승부욕, 배짱, 자신감 등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남이야 어찌 평가하든 내 생각을 가감 없이 활자를 통해 드러낸다는 것이야 말로 보통 배짱이 아니고서는 힘들다.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한, 내가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지고 있는 한 나의 글쓰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몇 권의 책이 더 만들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도 해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욕심이다. 다만 앞으로의 글은 독서를 충분히 하면서 써야겠다는 반성을 해본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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