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같은 속도다. 하지만 체감 속도는 입장에 따라 사뭇 다르다.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빠르게 느껴지고, 게으른 사람에게는 느리게 느껴진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속도의 시간이 다르게 느껴진다.

지난해 9월 교직생활을 1년 남겨두고 고성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발령을 받았었다. 평생의 삶의 터전이었던 모교인 홍천고등학교를 떠난다는 아쉬움도 컸지만 새로운 고장에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더 큰 기대감을 갖고 고성으로 왔다. 그리고 1년을 2년 같이 일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교직에서의 마지막 불꽃을 피워보려 애썼다.

고성군이라는 행정구역은 우리나라에 두 곳이 있다. 강원도 최북단 DMZ 고성이 있고, 경상남도에 공룡 고성이 있다. 과거에는 경남고성이 널리 알려져 있었으나 남북화해의 물꼬를 타고 최근에는 DMZ 고성이 각광받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준 석호인 송지호와 화진포 호수가 산과 들 그리고 바다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청정지역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순박하고 따뜻하다. 바닷가라서 거칠고 딱딱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은 인심이 최고인 고장이다. 사람 사는 향기가 물씬 나는 고장이다. 바닷가라서 어업이 중심일 것이라는 생각 또한 잘못이다. 엄청나게 넓은 논에서 오대미인 해풍미가 생산되는 어업과 농업의 복합형 고장이다.

고성교육지원청은 학교나 학생 수가 많지 않은 강원도에서 가장 작은 초미니 교육지원청이다. 하지만 춘천, 원주, 강릉 등 대도시에서나 있을법한 각종 사건이나 사고도 있으며 크고 작은 민원 또한 고성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도시나 농촌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횟수는 큰 도시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초등학교 교육활동은 학교마다 특성화되어 있다. 소규모 학교라 학생 수가 많지 않은 단점이 있으나 이를 극복하고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인근 지역의 학부모들이 부러워하는 교육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중학교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학원 등 사교육에 대한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모는 속초시로의 유학을 고민한다.

교육장이라는 직책은 행정가다. 관내 학교의 교육활동과 교육시설을 지원하는 일이 주를 이루지만 지역사회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자체나 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도교육청이나 강원도의회와의 유기적인 관계형성도 학교에서와는 사뭇 다르다. 관용차가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성교육지원청에 근무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4월초에 발생한 ‘고성산불’의 아픔이다. 영월에서 있었던 육상대회 관계로 출장 중에 발생한 일이라 급거 귀청해야 했다. 높은 분들의 잇단 화재현장 방문으로 현장을 수시로 쫓아다니며 브리핑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으나 피해 학교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기관장 회의는 물론 지역의 크고 작은 축제장마다 참여해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말에 행사가 있는 주간에는 그나마 주말부부도 할 수 없었다. 배드민턴클럽에서 시간을 보내는 저녁시간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무실에서 웃을 일이 거의 없는 내게 배드민턴클럽 참가는 청량제 같은 활력소였으며 에너지였다. 건강의 유지는 물론 교직원대회 우승은 덤이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시켜주는 운전 주무관, 사무실에서 일정을 관리해 주는 행정 주무관과 함께 했던 짧은 1년이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고 행복 가득한 나날이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범한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동안 내게 관심과 응원을 보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후반기 인생에도 큰 응원을 부탁드린다.

언제나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같이 따뜻하다. 객지에 나가 고생하고 돌아온 자식을 품에 안고 어루만져주듯이 고향 홍천은 내게 더 큰 기쁨과 즐거움을 가득 채워 주리라 믿는다. 나도 학교 현장에서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고향 발전을 위해 환원하며 후반기 인생 또한 아름다운 인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애써볼 작정이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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