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동굴 속에 17일간 갇혀 있던 유소년 축구선수 열두 명이 단 한사람의 희생도 없이 모두 구조되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2014년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모습을 뻔히 바라보면서도 젊은 학생들을 제대로 구조해 내지 못한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바라보면 너무나 부러울 따름이다.

유소년 축구선수들인 이들은 이십대 중반의 젊은 코치와 함께 동굴 안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폭우로 인해 동굴 안이 물로 채워지면서 갇히게 되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들 가운데는 코치가 동행하고 있었고 이 코치는 지혜롭게 어린이들을 다독거리며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다잡았다.

코치는 소량의 음식물을 철저하게 배분하여 조금씩 나누어 먹게 하고 빗물을 마시며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하는 등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은 배를 굶주려가며 아이들을 먼저 챙겼다는 멸사봉공의 희생정신이라고 하는 그의 젊은 리더십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리더의 지시에 잘 따르며 질서를 유지해 주었다. 나 혼자 살자고 발버둥을 쳤다면 이런 기적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코치의 말을 잘 들었던 배경에는 평소 코치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평소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하며 관계를 형성해 온 결과라고 믿는다.

운동을 한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정신력이 돋보인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집념과 살 수 있다는 신념이 없었다면 구조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구조 과정을 보면서 마마보이와 같이 어른들의 과잉보호 속에서 성장한 어린이들이었다면 보름씩이나 갇혀 지내고 살아서 돌아오기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다.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구조 노력이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어린이들이 실종되자마자 즉각적으로 찾아나서는 한편 국제사회에 알려 동굴탐사 전문가들이 구조 활동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주지하다시피 태국의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첨단 과학이 발달되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국가가 최선을 다했다.

이번 기적이 있기까지는 국적을 달리하며 어린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만사 제쳐놓고 달려온 천사 같은 구조대원들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태국의 구조대원이 구조 활동 이후 사망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자신을 희생해 어린 학생 열두 명과 젊은 코치의 생명을 살려 낸 그의 아름다운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

이번 태국의 동굴 사고에는 국제사회의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갖고 구조 활동에 참여했다. 국가 차원이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구조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인이 참여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다른 나라의 재난에 도움을 주어야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잘 훈련된 119구조대원들이 있다. 국제적으로도 지진 등 다양한 외국의 재난활동에 참가해 혁혁한 성과를 거양한 바 있다. 어쩐 일인지 이번 태국 사고에는 출동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태국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하고 있다. 태국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인류애를 보여줄 기회를 놓친 셈이다.

안전사고는 예고가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교육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안전사고에 대비한 매뉴얼을 개발해 놓고 있다. 사고 발생 즉시 매뉴얼에 따른 행동요령과 현장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임기응변의 대처 능력이 절실하다.

태국에서의 구조성과를 부러워 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도 어떤 재난이나 사고를 당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안전하게 구조해내는 시스템과 장비 그리고 안전요원들을 충분히 양성해 놓아야 한다. 경제 수준이 높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 국민 모두가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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