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스포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단일팀 구성으로 졸지에 올림픽 출전이라는 평생의 꿈을 접어야 하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에 대한 동정론과 올림픽의 성공과 국익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팽하다. 여기에 테니스의 메이저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정현 선수의 4강 진입으로 국내외가 떠들썩하다.

삼성프로농구단의 라틀리프라는 미국 흑인선수가 귀화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다. 농구협회에서는 발 빠르게 국가대표선수로 선발하고 그 명단을 발표했다. 다른 나라의 스포츠계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켜 국가대표선수로 출전시키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중국 탁구 선수들이 그렇고 미국의 농구선수들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순수혈통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근래 들어 베트남, 중국의 조선족, 필리핀, 태국 등에서 결혼이주 여성들이 증가했고 그 이전에는 통일교에서 실시한 국제결혼을 통해 일본 여성들이 대한민국에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태어난 자녀들을 다문화자녀라 부른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 국가다.

외국의 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을 오는 경우는 대부분 코리아드림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서 자신을 희생해 한국으로 시집을 온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을 쉽게 알 수 있다. 한편 여성이 부족하고 결혼을 기피하는 한국 여성들의 세태 속에서 그나마 다행인 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스포츠 세계에서의 혼혈주의는 다르다. 피 한방을 섞이지 않은 다른 나라의 사람을 경기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국적을 바꿔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시키는 것은 승리제일지상주의가 가져온 결과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고 피부색도 전혀 다른 선수가 나라를 대표해 출전해서 승리한다 한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질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질적인 선수를 국가대표로 출전시켜 승리를 쟁취하는 문화라면 앞으로 한국의 토종 선수들이 설자리는 없다. 모든 종목에서 외국의 선수들을 귀화시켜 대표로 출전하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적인 수준이라면 얼마든지 우수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선수들의 사기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이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박세리, 박인비, 박태환, 김연아, 정현과 같이 한국인의 능력으로 땀을 흘리고 경기력을 향상시켜 이기는 것을 원한다. 모든 승리에 환호하고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승리를 사는 것 같은 승리는 원하지 않는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승리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면 패배를 했어도 얼마든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기쁨을 줄 수 있다. 이제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스포츠 중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귀화한 외국인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될 전망이다. 다른 많은 종목으로 확산될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메달 획득 등 그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대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 많은 선수들이 자괴감에 빠지게 될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에서는 종목별 인원 제한 등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라틀리프라는 흑인 농구선수는 우리나라에서 프로농구선수로 활동한지 오래된 선수다. 경기력도 뛰어나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으며 외국인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말도 서툴고 특히 피부색이 토종 아프리카 흑인과 같이 짙은 흑색이어서 이질감이 강한 선수다.

스포츠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문화다. 국민들을 하나로 묶고 활력을 주는 최고의 에너지원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동·하계올림픽, 월드컵 축구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을 치러 세계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스포츠 강국이다. 도도히 흐르는 스포츠계의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정서와 함께 가는 스포츠 발전이 필요한 때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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