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야기-36-

 

김덕만 박사(정치학)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홍천교육지원청 학교발전자문위원

동일한 사안을 두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대한 청탁금지법 적용 기준이 달라 이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바로 국립 서울대병원과 민간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것입니다.

서울대병원은 서울대학교 소속병원으로 청탁금지법 대상병원입니다. 국공립대학은 물론 사립대학교도 청탁금지법 대상기관입니다. 국·공립 대학병원과 사립대학 병원을 상대로 입원 수속을 청탁하면 김영란법 위반입니다. 즉 서울대학교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대학병원을 상대로 입원 수속 등의 청탁을 하면 김영란법에 위배된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은 대학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입원 수속 등의 청탁을 해도 법에 걸리지 않습니다. 대학병원이 아니라고 해서 청탁을 하라는 건 아닙니다. 이들 병원도 상당히 엄격하게 새치기를 하지 못하도록 내부 지침을 갖고 준수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외부 강의 사례금에 대한 규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 받을 수 있는 시간당 외부강의에 대한 사례금 상한액은 공직유관단체 기관장은 40만 원, 공직유관단체 임원은 30만 원, 공직유관단체 직원은 20만 원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단, 사례금 총액은 강의 시간과 관계없이 1시간 상한액의 150%를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서울대는 공직유관단체에 해당하고 서울대 교수는 공직유관단체 직원입니다. 서울대 교수가 24시간 내내 외부강의를 한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사례금은 20만 원의 150%인 30만 원에 불과합니다.

반면 사립대학 교직원의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은 시간당 100만 원이고, 강의시간이 1시간 초과될 때마다 아무런 제한 없이 100만 원씩 추가됩니다. 이에 따라 연세대·고려대 등 사립대 교수가 24시간 내내 강의한다면 2천 4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옵니다. 차이가 크죠.

민간신분인 아산병원의 직원은 이런 규정을 받지 않습니다. 강의를 요청하는 곳과 요청받은 직원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상호 협의하여 설정하면 됩니다. 그 액수는 경우에 따라 수십만 원을 넘어 수백만 원도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공직자와 민간신분의 차이를 골프장 부킹에 적용시켜 볼까요? 공직자는 국가보훈처가 운영하는 88 골프장이나 공무원연금공단이 운영하는 화성·천안·남원·김해 상록골프장 등을 상대로 부킹을 부탁하면 부정청탁이 됩니다.

이법 적용대상자들은 민간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부킹을 청탁하면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성수기에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콘도 예약을 청탁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버스표 등 교통티켓 예매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 KTX 표 예매 청탁을 하면 부정청탁에 해당합니다. KTX는 한국철도공사라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버스나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부산항공 등에 비행기 표 예매를 청탁하면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청탁금지법 위반을 신고하면 큰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도 사실 따지고 보면 오해가 있습니다. 청탁금지법 신고 보상금은 최대 30억 원입니다. 공익에 현저히 기여했을 경우 주는 포상금은 최대 2억 원입니다.

이렇다 보니 청탁금지법 신고를 통해 '대박'을 노리는 ‘란파라치’ 학원 등이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란파라치’란 난화분의 ‘난’과 ‘파파라치’의 ‘파라치’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공익신고자’의 속어입니다.

이법 적용기관인 권익위에서는 란파라치를 통해 대박을 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직자가 음식·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인 '3·5·10만원' 규정을 어겨 걸린다고 해도 적발금액이 몇 십만 원 수준이기 때문에 거액의 보상금 또는 포상금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