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야기 -14-

김덕만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홍천교육지원청 학교발전자문위원

이번 호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어떤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시리즈 시작 초기에 언급한 바 있는 사건인데요. 청탁금지법 시행 첫날인 지난 9월 28일 고소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4만5천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전달해 전국 1호 과태료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 A씨(55)는 떡값의 2배인 9만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춘천지방법원 재판부는 A씨가 고소인의 지위에 있었고, 사건 수사가 진행 중에 담당 경찰관에게 금품(떡)을 제공한 것이므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소인이나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수사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A씨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기 하루 전 떡을 전하는 등 떡 제공 시점과 경위, 가액을 고려하면 A씨 행위는 수사 공정성과 청렴성, 신뢰를 해할 수 있는 행위로 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내용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 사례는 청탁금지법의 예외조항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 목적이나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판사는 다만 떡 한 상자의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고, 환가의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 떡이 위반자에게 반환된 점을 참작해 과태료를 떡값 4만5천 원의 2배인 9만 원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이법 제정 및 시행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와 대구광역시 공직자 간 금품 등을 수수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아직 조사 중이긴 합니다만 여러 정황이 위반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대구시는 11월 16일 본청에 근무하는 5급 사무관 1명과 6급 직원 1명 등 2명이 국민권익위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업무차 방문할 때 1만 800원짜리 음료수 1상자를 사 들고 간 게 화근이었습니다. 국민권익위 직원이 음료수를 다시 가져가도록 요구했지만 ‘이 정도는 감사의 표시로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사무실 입구에 음료수 상자를 그대로 두고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권익위 직원은 이런 행동이 ‘청탁금지법’에 저촉된다고 보고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한 후 대구시를 방문해 구체적인 조사를 끝낸 뒤 대구지방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대구지법은 청탁금지법에 따라 구체적인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금품액수의 최대 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하게 됩니다. 또한 이들은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도 불가피합니다.

다음은 무혐의된 사례를 볼까요? 서울특별시에서는 '김영란법 위반 수사 대상 1호'로 지목된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신 구청장은 노인 160명에게 식사를 대접해 고발당했었는데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근거는 문제가 된 식사 대접은 매년 열리는 공식 행사이고 식사비용도 1인당 3만 원을 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행사에 참가한 노인들은 김영란법이 규정한 '공직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라 세금을 받아쓰는 대한노인회 임원이나 직원이라면 청탁금지법 대상이 됩니다. 경찰의 무혐의 결정으로 신연희 구청장은 불명예를 벗게 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휘말릴까봐 대민 행사 등을 축소하는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전국 곳곳에서 위반자들이 속속 과태료가 매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중에는 경찰관에게 100만 원을 건네려다 적발된 시민, 공사 감리자에게 300만 원을 건네려던 건설회사 임원, 공기업 사무실에 1백만 2천 원을 놓고 간 민원인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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