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림 시인, 홍천향토문화연구소 전문위원
홍천을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 전국에서 제일 넓다'는 문장이 첫줄에 나온다. ‘넓다’는 것은 자랑일 수 있다. 그러나 ‘홍천은 넓다’라는 문장 속에 넓은 만큼 둘러보아야 하는 문화보다는 지리적 거리감만 느껴진다. 지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밀도가 높은 홍천의 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홍천의 문화는 산촌문화이다. 산촌의 먹거리가 발달하여 우리 지역에 맞는 먹거리로 발전해왔다. 그중에서 홍천 올챙이국수와 홍천총떡은 홍천의 맛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홍천 올챙이국수는 홍천 찰옥수수로 만들어지는 줄 알고 있으며, 홍총떡의 재료도 홍천에서 생산되는 메밀이라고 알고 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데 얘기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재료는 지역 사람들의 정과 더불어 상품화 된다. 팔아버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벗어나 홍천의 얼굴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홍천이 원조이면서 상품화 하지 못한 것들을 되새겨 보자. 홍천은 닭갈비의 원조이면서 춘천에 내주었고, 홍천잣은 가평군에 지리적표지제를 내주고, 홍천 찰옥수수는 충북의 대학찰옥수수에 명성이 가려져 있는 실정이다.

홍천에서 사계절 내내 펼치고 있는 축제는 농산물 판매장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겨울축제인 꽁꽁축제, 봄의 백두대간 산나물축제, 여름철의 찰옥수수축제, 가을의 명품인삼·한우축제, 사랑말 오미자축제, 내촌의 단호박축제 등과 홍천강축제, 무궁화축제, 장승축제, 섶다리축제, 시래기축제 등 다양하지만 문화축제는 없다.

겨울 축제인 홍천강 꽁꽁축제를 살펴보자. 송어를 잡으면서 겨울의 눈과 얼음을 바탕으로 즐길거리와 먹을거리를 홍보하고 있다. 홍천강을 가로막아 그 속에 송어를 풀어놓고 낚시를 하는 송어낚시 축제다. 전국의 낚시 축제가 고기를 사다가 풀어 놓고 하는 축제라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홍천강 꽁꽁축제는 홍천인삼을 먹고 자란 송어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송어가 어디서 길러지느냐고 묻는다면 어디서 누가 길렀는지는 알 수 없다. 축제의 핵심인 송어가 어디서 길러졌는지 모르고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제 참가자들이 묻기 전에 홍천의 인삼송어는 홍천 심심산천의 물과 인삼을 배합해 기른 송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홍천 송어는 홍천의 새로운 문화지도가 될 수 있다. 물 좋고 산 좋은 홍천을 홍보하면서 송어 키울 계곡 하나 개발 못한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홍천군의 5대 명품 중에서 홍천인삼은 홍천의 풍토를 담은 특산품이라 여겨진다. 전국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생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홍천인삼이라고 내세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풍문으로는 각 지역의 인삼축제에 홍천인삼이 공급된다는 이야기가 떠돌지만 말이다. 따라서 홍천을 상품으로 브랜드화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홍천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이다. 그러나 산이 87%를 차지하는 산촌 지역이다. 홍천의 자산은 산에 있다. 인삼이 산으로 가면 산삼이 된다. 홍천의 산 속에서 홍천의 풍토를 자양분으로 하여 자란 인삼이라면 자랑할 만한 특산품이 된다. 또한 홍천의 명품을 맛볼 수 있는 장터가 부족하다는 것도 홍천을 홍보하는데 장애가 된다. 고급화된 장터보다 산촌의 인심과 정이 묻어나는 장터가 마련되어야 한다. 홍천이 자랑하는 용소계곡은 등산이 시작되는 곳이든 끝나는 곳이든 먹거리장터가 하나도 없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연계 사업이 없다. 용소계곡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주말을 이용해 마을 주관으로 진행되는 장터가 필요한 것이다.

2017년이면 ‘홍천’이란 지명이 명명된 지 1,000년을 맞이하게 된다. 뿌리 깊은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과 더불어 홍천의 자연을 문화유산으로 발전시켜 자연의 쉼터, 여유와 느림의 삶터로서 찾아오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홍천’이라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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