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일현
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지난 9월4일 중국이 천안문광장에서 대대적인 전승기념일 행사를 했고 한국의 대통령이 처음으로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급변하는 국제관계의 현주소를 실감할 수 있었다. 먼저 열강 속에서 등거리 외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국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직접 참여는 적절하고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례를 통해서 위정자와 국민 특히 언론이 국가와 국익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식의 변화와 전환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가의 외교는 양 국민이 벌이는 한판의 바둑대결도 축구나 야구경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가 함께 연동적으로 사고되고 작동하는 행위이며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다자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교는 어떠한 경우라도 냉철하고 균형적이며 조용한 외교가 되어야 한다.

냉철한 외교

국제관계는 치열하고도 냉엄하다. 국가의 외교방면과 내용도 다양하다. 일반 친선외교, 경제외교, 군사외교, 문화외교, 역사외교 등 복잡한 사회문제만큼이나 세분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친선방문이 아닌 이상 방문하는 목적과 목표가 분명한 가운데 양국 혹은 다자간 협상이 진행된다. 초청과 방문도 그렇다.이번 중국 전승기념일 행사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초청방문인 것이다. 어떠한 의제협상과 타결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승기념일 행사에 국빈으로 초청받은 것이다. 그렇게 단순한 초청이지만 참석여부를 놓고는 더없이 복잡한 계산과 냉철한 판단이 필요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정세가 긴장감 속에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균형적 외교

“한쪽이 길면 한쪽이 짧다”라는 격언이 있다. 국가 간 외교 또한 같은 이치라고 본다. 특히 이번 중국 전승절 기념일 같은 군사적 행사나 외교는 더욱 치밀한 계산과 냉철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가이다. 미국은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부활을 용인하고 있다. 에너지를 등에 업고 러시아가 부활을 꾀하고 허덕이는 북한은 도발을 일삼고 있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다. 특히나 시대적 상황은 군사적으로는 미국을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멀리 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적 감각을 가진 지혜로운 외교만이 갈 길이고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외교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균형을 잃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입장은 곧 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외교

모든 일에는 상대가 있게 마련이다. 외교적 관계는 더욱 그러하다고 판단한다. 이번 중국의 전승기념일 행사에 초청받은 나라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 중 참석한 나라들의 대표 지위와 면면을 보면 국가 간의 외교가 얼마나 치밀하고 중요한가를 단면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필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위정자와 국민 특히 언론에게 “외교는 상대적인 만큼 다른 나라들과의 또 다른 외교적 효과와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조용한 외교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직접 중국의 전승기념일에 참석하여 얻은 중국과의 유대는 좋아졌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안 가고 못간 주변국들에게 우리나라가 보여준 일부 지나칠 정도의 언론보도는 결코 외교적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등거리 외교는 “조용한 외교”가 필요하다. 국빈외교는 홍보가 아니라 국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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