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영기
(홍천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장,
국립춘천병원 소아청소년과장)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거나 아빠라면 ADHD라는 말은 그리 낯설지 않은 말 일거라 생각됩니다. ADHD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라는 진단의 약자로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연령대 아동의 3~6% 정도가 이 진단에 해당하는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ADHD와 관련된 논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과잉진단과 치료에 대한 논란부터 ADHD라는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 제약회사에 만들어낸 질병이라는 음모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ADHD와 관련된 논란에 있어 제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분법적인 판단입니다. 한 사람의 주의력, 충동성, 행동은 다양한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영향에 의해 조절되고 그로 인한 문제의 수준도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매우 달라집니다. ADHD에 대한 진단과 치료수준은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삶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성적이 마음에 차지 않는다거나 일시적인 심리적 어려움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 때문에 쉽게 진단되어서도 안 되며, 지속적인 주의력과 행동의 문제가 아이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는데도 편견이나 두려움 때문에 방치되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 주위에 주의력결핍, 충동조절의 문제, 과잉행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 아이들은 적절한 도움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사의 임무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동반한 권한을 주어 자신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게 돕는 것입니다. ADHD에 있어서도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전문가는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가 자신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때론 약일 수도, 비약물적 치료일 수도, 환경의 변화일 수도, 기다림일 수도 있습니다. 미리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오히려 여러 개의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사가 필요한 이유는 여러분이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어려움을 의지하며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단이나 치료를 결정하기에 앞서 제 스스로에게 정직해지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때가 있습니다. “이 분이 내 가족이라면 어떤 결정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입니다. ADHD와 관련된 저와 제 동료들 대부분의 대답은 다각적인 면을 평가해 치료의 필요성이 확인된다면 치료를 시작하겠다는 것입니다. 적절한 치료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아이가 학교에서, 집에서 충동조절이나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방관하지 마시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만약 아이가 ADHD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그것은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ADHD는 효과적인 치료방법과 치료를 통한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된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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