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유난히 일기가 고르지 못하다. 4월 한 달 중 절반에 가까운 날이 비가 왔다. 봄의 전령사인 꽃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꽃망울을 터트렸다가도 화들짝 놀라 다시 접곤 했다. 환절기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한 사람들도 꽤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봄엔 봄다운 봄을 만끽 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 속에서 가정의 달 5월이 되었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이 5월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대가족을 이루고 살던 농경사회에서의 가정, 3세대가 함께 살던 산업화 시대의 가정과 달리 이제는 철저하게 2세대 중심의 가정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정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부부도 과거의 부부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남편은 밖에 나가 일하고 아내는 집안에서 살림을 하던 모습은 이제 과거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남편도 아내도 모두 일을 갖고 있다. 집안에서의 부부간 역할이 자연스럽게 분담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부부가 정을 나눌 시간이 줄어들었다.

부모의 의미 또한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자식을 낳으면 자녀를 기르기 위해 부모의 모든 것을 걸었다. 자식으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고, 훗날 노후를 대비하여 보험의 성격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낳기만 하면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며 어린이집 선생님들에 의해 양육되어지고 보험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런 모습은 결국 부모는 낳기만 했지 옆집 아저씨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가정교육이 없어지면서 사람의 품격을 좌우하는 인성교육이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보니 인성교육도 오직 학교 교육에 의존하는 안타까운 처지가 되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정을 나눌 공간이 없어진 셈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연령대에 따라 함께 생활하는 인원이 정해져 있다. 어려서부터 일정한 틀 속에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의도하는 대로 기계적으로 성장해 갈 수밖에 없다. 개성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집에서 부모와 함께 성장하면 개인의 특성이 존중받으며 성장하지만 또래 집단에서는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다.

요즘 아이들은 지나치게 공짜에 익숙해져 있다. 고마움에 감사할 줄 모른다. 부모는 자식을 낳았으면 당연히 키워주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가정이 어려우면 당연히 정부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면 당연히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큰 문제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변화하는 가정의 의미 속에서 가족이라는 구성원 간의 돈독한 정과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예로부터 귀할수록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급변하는 세상이지만 이 말은 여전히 진리로 유지되고 있다. 버르장머리 없이 키우면 반드시 훗날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자식이 아니라 원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식이 부모의 종속체는 아니다. 부유물도 아니다. 분명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올곧은 품성과 바른 가치관을 지닌 창의적이며 진취적인 사람이 되도록 하는 일은 부모가 해야 할 일이며 부모의 책임이다. 세태를 탓할 것이 아니라 바쁜 시간이지만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엇이 고민인지 알아야 한다.

가정이 활기가 넘치거나 구성원간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가족 간 대화가 필수적이다. 대화의 방법은 편지, 전화, 이메일, 문자, 카톡 등 시대 발전에 따라 다양하게 있고 그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으나 가장 바람직한 대화의 방법은 ‘면대 면’이다. 눈을 마주보고 하는 대화라야 진정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고마움에 감사하는 태도를 길러주어야 한다. 어른들이 대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밝고 건강한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다. 어려서부터 익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의 인사하는 습관은 평생을 살아가는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가정은 구성원들이 조건 없는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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