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는 B와의 건축공사 하도급계약과 관련하여 B의 요청에 의하여 견적서를 여러 차례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B가 견적서를 여러 차례 요구하는 것에 대해, A는 B의 하도급계약체결의사가 확실한 것으로 믿고 당해 공사를 위하여 자재구입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사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B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A와의 하도급공사계약의 체결을 거절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A는 B에게 위와 같은 공사 준비에 소요된 비용 등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는지요?

A 민법 제535조(계약체결상의 과실)는 “①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는 상대방이 그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배상액은 계약이 유효함으로 인하여 생길 이익액을 넘지 못한다. ② 전항의 규정은 상대방이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계약체결상의 과실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은 처음부터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한편, 민법 제2조 제1항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같은 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사안과 같이 계약 목적 달성이 불능한 것이 아님에도 교섭당사자가 임의로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2다32301 판결).
한편 판례는“하도급계약을 체결하려는 교섭당사자가 견적서를 제출하는 행위는 통상 주문자의 발주를 권유하는 영업행위의 수단으로서 계약체결의 준비·교섭행위 즉 ‘청약의 유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견적서의 제출행위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고 제출된 이행각서 등이 역시 특별히 법적 의미를 부여할 만한 점이 없다면 그러한 서류 등을 제출 받았다는 점만으로 하도급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상당하고도 정당한 기대나 신뢰가 부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40418 판결).
따라서 위 사안에 있어서도 A가 B의 요청에 의하여 수차례 견적서를 제출하여 공사금액을 조정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청약의 유인으로 볼 수 있을 듯하고, 그러한 사실만으로 A에게 하도급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상당하고도 정당한 기대나 신뢰가 부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A는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신뢰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B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사 안준호
홍천고등학교 졸(1990)/ 강원대학교 졸(1994)/ 제38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28기 수료/ 강원대학교 법학석사 (행정법)취득/ 공익법무관 제5기 복무/ 대한법률구조공단 구조부장/ 2003년 변호사 개업 / 홍천군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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