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만(한국교통대교수/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일반적으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가격이 내리면 상품값이 하락하고 오르면 그 반대가 된다.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의 가격이 내리게 되면 경제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화석연료 가격이 내리지 않고 계속 올라간다는 데 있다. 2008년 7월 한때 원유가격이 배럴당 147달러로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가자 세계적으로 물건값이 덩달아 폭등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뚝 떨어졌다. 그 후 다소 유가가 안정을 찾기도 했지만 지난해 석유 가격이 배럴당 123달러로 오르며 다른 물건의 값도 오르고 구매력이 다시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다.

근세기 동안 세계경제의 원동력이 된 화석연료는 그동안 엄청난 문명을 이뤄냈다. 그 이면에는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지구촌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였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바로 기후변화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에서 발명된 증기터빈은 제1의 산업혁명을 촉발시켰다. 이어 미국에서 솟아난 유정(油井) 기반의 제2 산업혁명은 지난 2세기 동안 세계 곳곳에서 많은 양의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등을 대기 중에 배출해 왔다. 이는 곧 기후변화가 실시간으로 일어났다는 의미다.

연구자들은 2007년 UN 보고서에서 100년 동안 지구 온도가 3℃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연하면 한 세기에 3℃가 올라간다는 것은, 300만 년 전 지구의 온도로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바로 기후변화가 지구 물의 순환을 바꾸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라는 점이다.

태양계의 여러 행성 중 지구는 물이 있는 유일한 행성이다.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지구 온도가 1℃씩 올라갈 때마다 대기는 지면에서 물을 7% 정도 흡수해 간다. 대기로 흡수된 물은 겨울이 되면 폭설재해로 돌변한다. 또 봄이 도래하자마자 대홍수가 나고, 극심한 여름 가뭄을 초래한다. 미국 동부를 덮친 폭설,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 몰아치는 허리케인과 쓰나미의 발생빈도가 잦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곧 생명이 완전히 소멸되는 여섯 번째 지구 대멸종이 도래하고 있다고 예언한다. 지금까지 4억5천만 년 동안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대멸종이 발발할 때마다 지구의 온도가 급전환점을 맞았다. 대멸종으로부터 생물이 살아 회복하려면 평균 1천만 년이 걸렸다.

이르면 금세기 말이 오기 전에 행성의 생물 중 70%를 잃을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기후변화는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나사(NASA) 기후과학자인 제임스 핸슨 박사는 화석연료를 산업에 이용하는 현재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금세기 말까지 6℃도 상승할 수 있으며, 인류문명이 끝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제 지구촌은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종말을 맞을지 모른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구식 내연기관은 이미 오래돼 생산성도 바닥이다.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건물과 건자재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생물위기로 넘어가는 이때 유럽의 경제 엔진 역할을 해 온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경제 비전을 발 빠르게 제시해 온 독일은 탄소 기반의 에너지로부터 벗어나 최근 7년간 20%의 친환경 에너지를 보급했고 8년 후에는 35%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태양열은 물론 풍력, 파력, 조력, 지열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몰두해 이미 주택 100만 채 이상을 친환경 전력생산 건물로 전환했다. 2015년 무공해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 독일 전역에 수소연료 저장소를 설치 중이다.

학자들은 우리의 앞마당과 뒷마당에 널려있는 에너지를 수집 활용하는 산업, 즉 ‘제3의 산업혁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산업은 초기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비용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이 같은 인프라 구축과 기술개발에 필요한 천문학적 일자리와 비즈니스가 생기고 소득으로 연계된다는 점에 대해 주목하면 신재생 에너지정책 골격을 왜 그리고 어떻게 짜야 할지 자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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