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립니다. 나무도 꽃도 길도 사람도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추는 봄비를 맞습니다. 어릴 적 살던 한옥에서는 비가 오면 지붕의 기왓골을 타고 떨어지는 빗방울이 남긴 작고 동그랗게 패인 낙숫물 자국을 바라보며 하나 둘 세어보기도 했지요. 요즘은 버스 창문에서 사선을 그으며 흐르는 빗방울을 이따금 셉니다.

요가 수련이 단순한 운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명상과 수행이 되기를 바라셨던 저희 스승님께서는 지도자가 되는 첫 걸음을 수련장의 하루를 열고 닫는 일에서부터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첫 수련이 새벽 5시50분이니 문을 열고 준비하려면 최소한 30분 전까지는 나와야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집이 가까워도 5시전에는 눈을 떠야하는 거지요. 새벽 동 트기 전 일어나려니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빨라졌습니다. 예전처럼 11시 넘어서까지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늦어도 10시 경에는 잠을 청해야 다음 날 새벽에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직장이나 학교 다닐 때 친하던 친구들과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그 친구들이 하루를 정리하고 전화를 할 즈음이면 저는 벌써 잠이 든 후였으니까요. 당시엔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저와 연락을 하려면 수련장으로 하던가 아니면 틈새 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주말에는 요가 철학 아카데미 ‘깨닫기 건강학교’ 강의가 열려 저녁 시간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친구들의 결혼식이나 각종 행사에도 얼굴을 내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하게 지냈던 학교 후배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다른 애는 몰라도 그 애만큼은 가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이 주중이어서 가려면 업무를 미루고 다녀와야 할 형편이었지요. 그래서 허락을 받고자 여차저차 사정을 설명 드렸더니 스승님께서는 가타부타 결론을 내려주지 않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해야 할 일이 있으나 네가 다녀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으면 다녀오고 만약 가지 않고 네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으면 그리 하든지...” 스승의 대답에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냥 가라, 가지 말아라 라고 하시면 그대로 따를 텐데 네 마음이 편한 쪽으로 택해라 하시니 갈팡질팡 머릿속만 복잡해졌습니다. 결국 저는 결혼식에는 가지 않았지만 하루의 일과를 마칠 즈음 꾸중을 듣고 말았습니다. “너는 결혼식에도 안 가면서 일도 제대로 안하고 있으니 후배에게 미안하고 동시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만 주는 결과가 되었구나. 네가 꼭 가고 싶었더라면 동료에게 미안하더라도 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해주고 돌아와 남은 시간동안 더 열심히 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승의 꾸지람은 바람을 가르는 화살처럼 날아와 가슴과 뇌리에 박히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으며 고개는 절로 숙여졌습니다. 그 때 날아온 화살은 아직도 제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있으면서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순간들이 닥칠 때마다 숙고하는 ‘결정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무엇을 선택해야 내가 피해를 덜 볼까 혹은 마음의 상처를 덜 받을까를 먼저 따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선택에 걸리는 시간과는 상관없이 거의 본능적으로 재빠르게 돌아가는 판단의 기준입니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애매하고 미묘한 것이 많아서 저울에 올려놓고 따지자면 고민이 끝도 없습니다. 바로 그 때 무엇을 해야 내 마음이 편할까를 생각하면 비교적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실이나 득의 차원과는 다른 문제이지요.

저희 수련장에서 수련하시는 분 중에 입시학원의 유명한 스타 강사가 계십니다.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늘 어깨가 무겁다고 하시는 분인데 언젠가 수련을 마치고 차를 드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요즘 하도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일들이 많아서 머릿속이 쇠사슬로 꽁꽁 묶여있는 것처럼 아프고 답답했는데 오늘 수련을 시작한 지 10여 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쇠사슬이 스르르 풀어지는 신기한 체험을 했노라며 정말 놀랍다고 하셨지요. 아마도 그 분께서 특별한 경험을 하신 것은 아닐 겁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제대로 수련을 하면 마음의 빗장이 열리고 무거운 짐들이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오늘 단 십분이라도 여러분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마음이 편해지는 길을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 방법 ◀
1.두 다리를 앞으로 뻗고 앉아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가슴을 폅니다.
2.숨을 내쉬면서 가능한 상체를 멀리 앞으로 숙이고 두 손으로 발가락이나 발목 혹은 장딴지를 잡습니다.
3.숨을 내쉬면서 점점 상체를 더 앞으로 숙입니다. 잘 되면 발바닥 뒤에서 깍지를 하거나 더 잘되면 한 손으로 반대쪽 손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4.고르게 숨을 쉬며 15초-30초 정도 유지합니다.
5.천천히 상체를 들어 올리고 숨을 안정시킵니다.

▶ 효과 ◀ 1.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잦은 변비나 설사 등의 증상을 없앱니다.
2.복부 내장 기관을 자극하여 기능을 원활하게 합니다.
3.척주를 부드럽게 마사지하고 전체의 순환을 도우며 유연성을 높입니다.
4.아랫배나 옆구리에 묵직하게 잡히는 체지방을 제거하는 효과가 큽니다.
5.인내심과 집중력을 기르며 머리를 맑게 합니다.

■ 사진 출처 및 참고한 책 _ 이희주, <요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 물병자리, 2003년

■ 글쓴이 _ 장영세 선생님은 현재 사단법인 홍익요가협회 부회장으로 계시며 연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신촌 연세의료원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저서로는 <스승 곁에 앉다>, <신나는 태극 어린이 요가(공저)>, <요가 무작정 따라하기>가 있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KBS 월간 비타민>에 요가 칼럼을 기고하고 계십니다.
홍익요가협회(www.hongikyoga.org) 02-333-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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