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고등학교에서 국사과목을 필수 교과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존재할 수 없듯이 현재는 과거로부터 온 것이고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이게 마련이다. 우리가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역사는 질곡의 역사다. 개국 이래 지정학적 위치 관계로 주변의 여러 나라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을 받았으면서도 은근과 끈기로 조국을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남의 나라를 침탈하여 다른 민족을 핍박하거나 괴롭힌 바가 없는 자랑스럽고 당당한 역사를 가진 나라다. 하지만 현재는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아픔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 이번 조치는 국가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배달민족으로서의 왕성한 사명감을 갖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상당부분 일본에 의해 왜곡되어져 있다. 우리역사 바로 알기가 절실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현재도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국사 교과를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대학진학에 결정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에서 탐구영역 수능시험 성적은 선택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소홀히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 선택교과를 필수교과로 지정하더라도 학교 현장에서 국사 교육의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불행하게도 고등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은 상급학교인 대학의 입시에 맞춰서 운영되게 마련이며 학생들도 맞춤식으로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과 학과에 따라 교과별로 차등을 두어 공부를 하는 것이 오늘날 학교 현장의 모습이다. 1점이라도 더 점수를 따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지교과 중심으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글로벌 시대를 주창하면서 임용, 취업, 학위 취득 시험 등에서 영어가 모든 시험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우리글과 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영어를 조기에 가르쳐야 한다며 유학을 떠나는 어린 학생들도 꽤 많다. 영어 만능주의가 가져온 대단히 잘못된 생각들이다.
   현재 서울대학교와 부산대학교에서만 대학입시에서 국사 교과를 필수 이수 또는 수능시험에서 국사 교과를 응시한 학생에게만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그것도 인문사회계열의 대학에만 적용된다. 이공계열이나 자연과학대학은 적용하지 않는다. 나머지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선택여부에 맡겨 놓고 있다. 현재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 과목에 응시하는 학생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시험에서 비교적 점수 따기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국사 교과를 소홀하게 생각하기 쉽다.
   현재 고등학교의 국사 교과서는 틀에 박힌 듯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어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편안하게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식으로 교과서의 편집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역사를 암기식으로 가르치고 배워서는 점수 따기에 급급한 교육으로 변질 될 것이다. 진정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 정체성 있는 국민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프랑스군대에 의해 빼앗겼던 규장각이 고국을 찾았다. 아직 완전한 반납이 아니라 대여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조속한 기일 내에 완전 반환의 추진이 요구되며 아직도 일본 등에 빼앗긴 국보급 유물들이 많이 있다. 정부에서는 우리의 역사적인 유물들을 찾아오도록 하는 일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교원 임용고시에 한국사 인증시험 자격을 성적에 반영하기로 하는 등 발 빠르게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공무원 시험 등 국가에서 실시하는 모든 임용 시험에서 반드시 국사를 필수 교과로 하도록 하는 조치가 있어야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국사교육이 실시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영욱(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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