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한반도 전체가 홍역을 앓았다. 구제역 파동은 가축은 물론 우리 축산 농가들에게 일본의 대지진 쓰나미와 다를 바 없는 대 재앙이었다. 예방 백신의 투여로 한 시름 놓기는 했지만 구제역이 남기고 간 상처는 너무나 크고 잔인하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생명을 살처분해야 했고,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눈물겨움 그 자체였다.
   두 달여 동안 밤잠을 설치며 노심초사 방역활동에 참여한 모든 분들의 노고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직접적 피해자인 축산농가와 살처분 등에 함께 참여하고 고통을 나눈 관계 공무원과 군 장병들의 노고에도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또 추운 날씨로 자동차의 앞 유리가 얼어붙는 등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방역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참여해준 국민들의 노고도 빼 놓을 수 없는 고마운 일이다.
   애지중지 키웠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해야 했던 축산농가의 아픔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축산 농가에서 가축은 사람과 말을 나누지 못할 뿐이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살아 움직이는 동물은 언어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 의사소통을 한다. 가축의 눈빛과 울음소리가 대표적인 소통 방법이다. 살처분 직전 가축의 눈빛과 울음소리가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가축을 직접 키워 온 축산 농가는 금번 구제역 사태를 맞아 삶에 의욕을 잃기 쉽고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가의 상담을 실시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침착하게 받아들이면서 빨리 잊는 것이 좋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다. 잊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그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운동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한 방법이다. 운동의 매력에 빠져들면 좋지 않았던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도움도 절실하다. 고통을 분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책이 강구되겠지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역시 이웃의 위로와 격려라고 생각한다. 함께하면 기쁨은 배가되고 고통이나 슬픔은 줄어든다는 진리를 생각해야 한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종전과 같이 생각하고 소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구제역이라는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구제역은 인간에게는 어떤 피해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축산 농가가 재기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새로운 축사를 건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힘을 보태 주어야 한다. 경제적인 지원 외에도 사기를 높여주려는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예컨대 축산 농가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체험 기회 제공 등 심리적인 안정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도 구제역 또는 조류AI와 같은 질병으로부터 가축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질병은 사후약방문격의 처방이라는 수습보다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질병 발생 요인을 근본적으로 봉쇄하고 전염병 발생시에는 전염경로를 철저하게 차단하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잘 마련된 방제 시스템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최근 일본의 쓰나미에서도 확인되었다.
   뉴스 보도에 의하면 이번 사태는 초기 단계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화를 크게 확대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제역을 초기에 차단하지 못한 것은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고 사료차에 대한 방역 부실 그리고 감염과 전염의 경로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도로에서 사람은 그대로 둔 채 자동차만 소독을 하는 소극적인 방역으로 전염을 차단하기 어려웠다. 구제역이 인재라는 판단에 아쉬움이 커진다.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방역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모두가 내 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은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내가 직접적인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고 함께 해결하려는 태도와 자세가 있어야 한다. 축산농가의 힘찬 재도약을 기원한다.
이영욱(홍천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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